가사노동가치 담론 거슬러 올라가보니

여성의 가사노동을 비롯한 무급 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었다.

전업주부 노동의 가치평가와 방법론이 1919년 미국의 경제학자 미첼(Mitchell)에 의해 처음 논의된 후 학자들에 의해 전업주부를 포함한 무급노동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이 같은 연구와 평가는 주로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는데, 연구의 목적은 국민총생산(GNP)에 가사노동의 가치가 반영되지 못함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있었다. 75년 유엔 ‘국제여성의 해’ 세계 행동강령에서 여성운동가들은 가사노동 가치를 국민소득계정에 포함시키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 들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가시화하기 위한 표본조사를 토대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경제적으로 평가한 연구 등이 진행됐다. 그리고 연구의 중심에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연구한 김애실 현 국회여성위원장이 있었다. 그는 85년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평가에 관한 연구’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여성문제를 전담했던 행정조직인 정무(제2) 장관실을 비롯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보험제도, 조세제도 등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회의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95년 한국여성민우회는 손해보험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한 ‘정당한 가사노동가치 인정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으며 97년에는 우리나라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공동으로 무급노동을 국가정책에 통합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열린‘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에서는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 평가 및 제도적 반영을 위해 가사노동량 파악을 위한 생활시간 활용조사를 전국 단위로 실시하고, 가사노동 가치의 적용 분야를 발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발표됐다.

99년에는 국제회의의 결과를 기초로 한 전국 단위의 표본 시간사용 조사가 통계청에 의해 실시됐다.

또 2001년, 한국여성개발원의 ‘여성 무급노동의 경제적 가치평가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는 한국 전업주부 한 명의 월 평균 가사노동 가치가 85만6000∼102만6000원으로 분석됐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측정으로는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근거, 윤소영 송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작성한 것이다. 그는 전업주부의 평균 월 소득은 240만 원, 연봉으로 치면 2880만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김태홍 한국여성개발원 노동·통계연구부 부장은 “가사노동 가치를 GNP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의 위성 계정·시간사용 조사 등 평가의 틀이 통일되지 않아 어려웠다”며 “GNP의 가사노동 가치 산정은 소비 주체로 인식돼 온 주부의 존재를 투자 개념으로 바꾸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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