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가치’ 소득세법 개정안 논란

지난 5월 18일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계기로 여성계에서 법제도적, 사회의식적으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고 고시해 사고 때만이 아니라 이혼 시 재산분할, 부부 간 상속증여세 산정, 국민연금, 세법 산정 등에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방법상에는 이견들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계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해 연말 소득공제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말정산 때 소득이 없거나 연소득 100만 원 이하인 배우자의 기본 공제액을 현행 1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높였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거나 배우자가 없더라도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인 여성인 경우 추가공제 금액을 현행 1인당 연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와 차별연구회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안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고 전체적인 관점이 결여됐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여성학·사회학 전공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모임인 차별연구회는 “소득세법일부개정법률안 50조 제1항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과 혼인 여부와 가족상황, 사회적 신분, 성적 지향 및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를 위반한 차별적 법안”이라며 6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차별연구회는 법안에 대해 생계 부양자 남성과 전업주부 및 피부양자로 구성된 가족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근대적이며 가족과 가사노동의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 법적 관계에 있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만을 가치평가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 위계적인 성별분업 구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적이고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6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법안이 남편의 소득을 통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주부의 노동을 남편인 배우자에게 종속된 것으로 인식하게 함과 동시에 가사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편협한 인식을 강화시켜 성별 역할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여성의 경제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참가율도 증가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전업주부에 의해 수행되는 가사노동만을 그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다른 가사노동 수행자들의 노동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문제는 소득세법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부부재산분할 문제 등 전반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달 중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 단체들과 의견을 나누고 이계경 의원과 면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부의 일당을 특별 노동으로 평가한 법원의 결정문이 나오면서 가사노동 가치를 법,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6월 7일 교통사고 피해자인 전업주부 K씨가 가해자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K씨의 손해배상액 선정 기준을 보통 인부가 아닌 특별 인부의 수입을 기준으로 하라고 결정했다. 이 판결은 가정에서 주부의 역할을 단순 육체노동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업주부가 교통사고를 당할 경우, 도시 일용 근로자 보통 인부의 월 소득액 104만 8675원을 적용 받는다. 그러나 K씨는 가사 외에 정신지체장애 2급인 아이까지 돌봐야 했던 것을 감안해 법원으로부터 일당 6만5734원의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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