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녹색 삶]

특대도시 서울에 아직도 도로변 청소를 미화원이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하고 있다. 내가 미화원 아저씨의 청소에 민감한 것은 도로변에 쌓여있는 먼지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안국동 버스 정류장에서 집 방향의 버스를 기다릴 때다. 버스들이 ‘쌩’ 멈추어서는 승객 몇 명씩을 태우고 출발하곤 하는데,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일으킨 바람으로 도로변 먼지가 소용돌이치며 옷으로, 얼굴 위로 내려앉는 것이었다. 숨쉬기 힘들어하고 있는데 한 미화원 아저씨가 땅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대충 쓸어 담으며 버스 정류장 구간을 지나치고 있었다.

“아저씨, 종이는 그냥 내버려두더라도 먼지를 좀 쓸어 담으시면 좋겠어요”하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종이는 눈에 거슬리기는 해도 먼지처럼 바로 호흡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 식으로 청소를 하는데 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요?” 얼굴을 붉히며 핀잔을 주어서 나도 머쓱해졌다. 대꾸할 겨를도 없이 아저씨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다.

먼지 발생 원인 중 도로나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7.4%로 제일 높고, 공사장 16.4%, 기타 6.2%라 한다.

먼지 피해의 판례는 농산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법원은 도로 확·포장 공사장에서 날아온 먼지를 고발한 버섯재배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법원은 “먼지 오염도가 주변 다른 지역보다 2배나 높고 먼지 속의 곰팡이 포자와 바이러스 등이 버섯 막사에 유입돼 질병 발생과 수확량 감소가 된 점을 인정”하고 시공사의 배상을 판결했다.

제조업의 생산 공정,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기관지염 증가 등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연간 4조4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수도권의 미세먼지 오염도(㎍/㎥.년)는 평균 61∼69로 파리 24, 도쿄 40, 뉴욕 58에 비해 2∼3배 높다는 통계이다.

환경부는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연간 1만5600t의 미세먼지를 앞으로 10년 안에 절반 수준으로 줄여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를 2014년까지 40으로 낮추겠다고 한다. 경유차의 미세먼지 허용 기준을 2006년부터 현재(유로-3)보다 강화된 ‘유로-4’ 기준으로 적용하고, 미세먼지 없는 천연가스 차를 2010년까지 1만6000대 보급한다고 한다. 지금 운행 중인 경유차도 배출가스 저감장치나 저공해 엔진 개조에 드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하 역사의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강화된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사장이나 생산 공정에서도 먼지가 날지 않도록 망을 설치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청소행정이 개선되어야겠지만 모든 도로변 가게와 가정이 내 집 앞 먼지를 먼저 쓸고 물을 뿌려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하면 건강 걱정은 좀 덜할 것이다. 집안에도 먼지를 항상 닦아냄으로써 가족이 숨쉬는 환경을 일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