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의 사회화, 왜 필요한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의 정책 마련이 가시화되고 있다. ‘양육과 부양’ 측면에서 공보육 강화와 2007년부터 시행 예정인 ‘노인요양보장제도’ 등의 정책이 나오는가 하면, 국회에서는 지난 4월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이 통과됐다. 여성계에서는 ‘정책적으로 나올 것은 어느 정도 나왔다’는 분위기여서 관련 정책을 분석 평가해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가족정책 릴레이 토론회를, 한국여성민우회는 내부에 팀을 꾸려 논의를 하는 등 여성단체들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부터 차근차근 짚어가며, 담론을 형성하는 단계다.

유경희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여성의 시각은 (사회 일반의 시각과 차별화되기에) 맥락과 논의의 초점을 잡기가 힘들다”며 “우선 내부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 인식과 통념을 바꿔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가지 이견이 없는 것은 바로 돌봄노동의 탈여성화와 사회화를 위해 공공지원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여성계는 세계적인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들과 일본이 시혜 중심적 ‘복지(welfare)’에서 ‘사회적 돌봄(social care)’으로 국가를 재편해 가고 있는 현상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매에 걸린 친정엄마를 2년간 돌보는 동안 정말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이 많았다. 때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이는 엄마를 닦달하다가 ‘나쁜 딸’이란 비난도 들었다. 처음엔 형제자매들과 엄마 수발을 분담해서 하기로 약속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발걸음은 뜸해지고, 어쩌다 집에 오면 엄마의 상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기나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정말 거짓말 같이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원해서 그런 상태가 된 것도 아닌데 좀 더 잘 해드릴 걸 하는 후회가 가슴을 쳐서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마 생각을 하면 괴롭고 가슴 아프다. 내 노후도 걱정되고….


한 60대 여성의 토로다.

YWCA 사회개발위원회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여성학자 박미라씨는 최근 치매 어머니 간호에 지쳐 어머니와 함께 자살을 택한 딸의 사례를 들며 “약자에 대한 돌봄을 개인, 그것도 여성에게만 국한시키는 것은 인격적 파탄과 함께 주변 인간관계의 파탄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원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부분에 있어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시민단체가 앞장서 자원봉사 자원을 활용하고 관련 복지기관과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돌봄노동’의 소외 현상과 개인화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건강한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도 혼자서만 감당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와 지역공동체가 공동으로 돌봄노동을 수행해 개인만의 짐이 되는 것을 막고, 다양한 방법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외국 선진 사례에 대한 수집과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연구소의 한국 사회 변화에 대한 페미니즘적 해석에 대한 최근 심포지엄에서 마경희 이화여대 강사는 “정치적인 공·사 구분과 가부장적 전통에 기초해 이제까지 여성들에게 돌봄의 의무만 부과되고,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부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하나의문화가 4∼5월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돌봄사회와 민주적 가족문화 만들기’워크숍에서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돌봄노동이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고, 그것이 사회의 기초가 될 때 여성빈곤, 비정규직 문제 등 많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가능성이 열린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조한 교수는 “‘돌봄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가족해체와 노인문제,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생산과 재생산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대부분의 남성들의 경우 돌봄이 서툰 것도 일종의 사회적 장애로 인식해야 하며, 성장기 청소년기부터 돌봄 훈련이 교육 커리큘럼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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