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지문 사냥꾼’

가수 이적이 앨범이 아닌 유럽의 고딕풍 환상문학 12편으로 이뤄진 첫 소설집 ‘지문 사냥꾼’을 들고 돌아왔다. ‘지극히 이적답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책이다. 3∼4년 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 이적닷컴(www.leejuck.com)에 올린 글들을 다듬고 추려 엮었다.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고 ‘소설가 이적’의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매력적인 글들로 구성됐다. 자유자재로 방향을 트는 상상력, 상식을 뒤집는 시각,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맞물려 있는 이 책은 소설이면서도 소설이 아닌 새로운 형식으로 기존 문학 장르에 도발적인 도전장을 내민다. 한밤중 모니터 앞에 앉아 게시판에 올려진 그의 글을 읽으면 그것이 ‘소설’이 아닌 ‘현실’로 느껴지는 신비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특히 피를 빠는 ‘흡혈인간’이 아닌 피를 마시는‘음혈인간’, 타인의 귀를 청소해주는 ‘이구소제사’, 지문을 빼앗아 가는 ‘지문사냥꾼’ 등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주인공들은 독자를 책 속으로 빨아들이는 흡인력까지 지녔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지만 마치 거울처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이 가진 마력이다.

“이적의 노래가 자신들의 삶에 큰 위로가 되었다”고 이메일을 보낸 음혈인간의 이야기는 세상의 마이너리티를 위한 노래 ‘왼손잡이’를 연상시킨다.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어 사람들의 귓속을 청소하는 ‘이구소제사’가 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던 제불찰씨의 이야기는 허구라고 보기에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나오는 ‘활자를 먹는 그림책’은 책을 만들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느라 심혈을 기울였던 저자의 경험담 속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책을 펴내며 쑥스러운 본심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찍이 동인지 ‘또 하나의 문화’와 서울대학교 학보 등을 통해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분석하는 예리한 시선을 보여줬던 그의 이번 책은 판타스틱한 공상을 통해 현대 사회의 메마름과 소외된 약자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의 귓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구소제사’가 된 것처럼 이적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이 든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에 갔다온 듯한 이 느낌은 이 책이 전해주는 진정한 즐거움이다. 이적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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