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에서]

국가 장래를 생각할 때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두 가지 문제는 그동안은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실체를 잘 파악하기 힘들었을 뿐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우리의 삶을 생로병사라고 말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사람이 태어나서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니,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에 와 있다는 말은 우리가 아이를 안 낳고, 대책 없이 늙어가고 품위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대단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삶의 질이 대단히 핍박한 수준에 있음을 말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2007년부터 노인요양보험을 시행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발표했다. 노인요양보험에는 치매, 중풍,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 등의 질병과 65세 노인에 대한 간병, 수발, 목욕, 간호, 재활, 주간, 단기간 보호 등의 돌봄 서비스가 포함된다고 한다. 이 결정을 보면서 정치가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앞으로도 정치가 우리의 생로병사를 해결하는 일에 더 열심히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정 확보에 대한 걱정이 뒤따르지만 반가운 일이다. 지금까지 여성의 일이라고 단정되어 왔던 노인에 대한 돌봄 노동이 공공영역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세우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국면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문제를 단순한 제도 시행, 미미한 수준의 경제적 보상 같은 물량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던 정치 경제가 우리 현대사를 지배하는 동안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사건이 지금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이다. 사실 정치의 가장 큰 숙제는 생로병사의 원만한 해결이 아닌가. 이번 노인요양보험 대책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치는 생명 존중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단의 정치적 결정을 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물량적인 경쟁과 지배와 성과 중심의 사회를 ‘돌봄의 사회’로 재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적 실천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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