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허스토리] 20대 최연소·최고 대우 교수된 이수경 박사

‘남부의 하버드 의대’라 불리는 미국 휴스턴 시의 명문 베일러의대에는 2004년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에 3년 동안 교수 연봉 외에 10억 원의 연구비와 개인 실험실을 제공받는 최연소, 최고 대우 교수를 기록한 한국의 여성과학자 이수경(29) 박사가 있다.

이 박사는 전남대 약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1년 생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토종파로 미국으로 건너가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세계적 연구기관인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에서 3년 동안 연구에 몰입했다. 연구과정 동안 세계적 학술지인 ‘JBC’ 및 ‘Mol. Endocrinology’ 등에 16편 이상을, 생물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셀’(Cell) 등에 35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보였다.

그의 연구 분야는 뇌의 초기발달 과정의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밝히는 것으로서,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연구업적을 높이 평가해 듀크, MIT, 스탠퍼드, KAIST 등 국내외 유수 대학들이 스카우트 경쟁을 벌였는데 이 박사는 이 가운데 유전자 발현조절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인 베일러의대를 선택했다.

베일러의대에는 이수경 박사의 동생인 이보라(26) 박사도 있어 자매가 함께 같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의대에 들어갔지만 연구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하던 이보라 박사는 언니가 있는 베일러의대로 가 박사 후 연구원으로 함께 연구했다.

인턴 과정을 마치고 언니처럼 기초과학을 연구하겠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이 말렸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수경 박사는 “보라는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기초과학만 연구한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면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 자매는 2005년 1월 수정란에서 신경세포가 발생하는 것을 조절하는 효소를 찾아냈다. 이를 활용하면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체 밖에서 뇌세포를 배양함으로써 뇌세포가 손상된 환자나 치매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과학에 대한 이들 자매의 흥미는 전남 곡성고 생물교사인 아버지가 딸들에게 들풀 하나, 새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설명해 주며 어릴 때부터 과학을 친근하게 생각하도록 해준 덕분이라고 한다.

요즘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이수경 박사는 “연구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남들이 발견한 것들을 나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돌아가 국내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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