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밥이 되는 말, 희망이 되는 말’/‘평양으로 다시 갈까?’

2004년 3월 광화문 네거리에 모인 10만 명의 사람들. 그들의 분노와 울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위로해줬던 ‘국민사회자’ 최광기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다. 그의 첫 책 ‘밥이 되는 말, 희망이 되는 말’에는 거리에서 보낸 10년 동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가 터득한 ‘나를 바꾸는 말하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란 어떤 것인지 나와있다.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그가 ‘거리의 사회자’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도시빈민활동을 하던 선배가 던진 “언제 언니 일하는데 한번 놀러와라, 밥이나 먹게”라는 한 마디가 그를 약자들의 대변자로 만든 계기였다.

서울 변두리에서 배우지 못한 아주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최씨는 우리 사회 모순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철거민, 노동자, 이주 노동자, 동성애자, 장애인, 민가협 회원, 장기수 할아버지, 여성, 어린이 등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말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이 없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말을 하게 했고 자신의 목소리로 그들을 대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말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란 걸 깨닫고 ‘거리의 사회자’로 나선다.

거센 장맛비를 뚫고 12시간 넘게 사회를 보고 만삭의 몸으로 무대 뒤에 구급차를 대기시킨 채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최씨가 절박한 마음으로 무대를 지킨 것은 단순히 사회자라는 책임감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절박하게 나를 거리로 이끈 힘은 어떤 불안과 절망감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최씨는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세상에서 자신의 자식들이 살아가길 바라고 믿는 사람들의 작은 희망이 부서진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무대에 섰다.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실어 그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무대에 선 세월이 어언 10년이 됐다.

책 곳곳에는 최씨가 현장에서 터득한 말 잘하는 방법들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그는 “10명이든 10만 명 앞이든 사람 앞에 서면 떨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움을 없애는 첫걸음”이라며 “누구든지 알아듣기 쉬운 말, 누구나 일상에서 쓰는 말을 사용하며 중학생 수준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그가 만난 말 잘하는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 배우 권해효, 방송인 김미화 등에 대한 에세이와 함께 그가 낭송한 시 낭송 CD도 함께 들어있다.

최광기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1만2000원


웃음으로 만드는 통일의 길

분단 55년 만에 최초로 남과 북 두 정상의 역사적 상봉이 이뤄졌던 2000년 6월 13일.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북핵문제로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 림일(38·그래픽 디자이너)씨가 최근 펴낸 ‘평양으로 다시 갈까?’가 눈에 띈다.

저자 림씨는 평양 출신으로 대외경제위원회(우리나라 KOTRA에 해당)에서 일하다 쿠웨이트로 파견돼 근무 중이던 지난 97년 3월 서울로 왔다. 이 책은 그가 8년간 서울에서 살며 겪은 시행착오를 유쾌하게 엮은 것이다.

하지만 웃음으로 넘기기에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특히 노벨평화상을 남과 북 두 정상이 공동 수상했더라면 북핵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은 곱씹어 보게 한다.

남녘에 도착한 순간 ‘림일’에서 ‘임일’로 바뀌어 버린 자신의 이름, 친구의 다른 말인 동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태극기의 태극무늬를 펩시콜라 로고로 착각한 일, 급히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이 아닌 위생실을 찾느라 고생했던 에피소드 등. 그가 남녘에서 받은 문화쇼크들을 읽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웃음도서’라 명명하기도 했다. 그는 “평화의 다른 말이 곧 웃음”이라면서 “북녘의 김정일 위원장도 이 책을 보며 웃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00년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 5주년에 맞춰 출간돼 또 다른 의미를 가지며 수익금의 1%는 북한 최대규모 산부인과 병원 평양산원의 산모와 신생아들을 위한 ‘건강증진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림일 지음/ 맑은소리/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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