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대치동 엄마'전복할 새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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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공' 현실에선 '대치동 엄마'만 비난할 수 없어

수강생 1000명 규모의 대형 학원이 줄지어 있고, 전체 학원 수가 1000개를 훌쩍 넘어 '대한민국 사교육 일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그리고 이 곳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대치동 엄마'. '대치동 엄마들의 2008년 입시전략' 등 대치동 엄마들을 다룬 책들이 연이어 히트를 치는 우리 현실은 '대치동 엄마'가 특정 지역군에 속한 학부모를 넘어 한국적 교육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극단적인 유형임을 시사한다.

소위 '대치동 엄마'는 자신을 스스로 '아이의 충실한 매니저'라고 부른다.

아이의 대학 입학 때까지 엄마의 스케줄은 아이를 위해 존재한다.

학습계획, 각종 입시정보 수집, 교재 분석, 유명 강사 섭외, 그리고 운전기사 역할까지 엄마들은 기꺼이 맡는다.

반면 '대치동 엄마'의 생활방식과 일반화에 대한 반발과 경계도 만만치 않다.

대치동과 인접한 분당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임미숙씨는 “대치동 엄마들 얘기를 들으면 분당 엄마들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슈퍼 우먼' 수준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서야 어디 온 가족이 조금이라도 쉴 틈이 있겠느냐”며 “기껏 아이를 일류대 보내놓고도 '엄마가 하고 싶어서 했는데, 왜 생색내려 하냐'란 말을 듣곤 배반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초등학생 남매를 2년간 뉴질랜드에서 교육시키다 최근 귀국한 이민영씨는 “멀리서 대치동 현실을 들으면 그 곳 엄마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 교육을 잘 시키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점인데, 그런 교육방식은 세계 경쟁력에선 제로에 가깝다”며 “대치동 엄마들의 경우, 오히려 정보 과잉이라 헤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정답을 찾는 요령이 핵심인 우리나라 교육 틀 속에서 대치동 엄마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 방식을 택한 사람들일 뿐”이라며 대치동 엄마들의 나름의 교육시스템 적응력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운동을 주도한 여성학자 조주은씨는 '대치동 엄마'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자식을 일류대에 진학시킨 '성공'을 이룬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내다봤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남편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전략적으로 도구화했기에 대인관계 장애와 함께 자신의 노고를 몰라주는 아이에 대한 섭섭함, 빈 둥지 증후군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필연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희 청소년상담사는 “대치동 엄마처럼 아이가 아닌 엄마가 주체가 돼 교육을 이끌어나가다 보면 자꾸 엄마가 조급해져 아이의 잠재 가능성이 발현될 '싹'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잘라버리게 된다”며 “공부만 잘 하면 세상에서 무시당할 일이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론 아이와의 관계가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입장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관계를 호전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모성'에 대한 고민을 5월 7일 또하나의문화 토론회에서 담아낼 황윤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은 “개인 가족으로 고립돼 있으면 입시지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같은 생각을 공유해 가족의 삶과 가치관 자체를 바꾸는 공동육아 같은 지역 연대운동이 '대치동 엄마' 콤플렉스의 한 극복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교과목 외에 특별활동, 자원봉사 등을 학부모가 지원해줌으로써 '자기경영'과 '시간경영'법을 아이가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로써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강화돼 이것이 곧 일류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교육 선진국을 모델로 고민해보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박이은경·김미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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