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고 자립심 강하게 자라기를”

중학교 3학년이 된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처럼 학교에 가서 같은 반 남자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우리 아이가 민정(가명)이가 무섭대요”

“네? 왜요?”

“체격도 크고 말도 잘하고, 잘못하면 혼난다고요”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글쎄, 난 별로 무섭게 군 적 없는데. 그런데 남자애들이 좀 어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든 아이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자아이들이 씩씩하고 남자아이들이 유순한 것이 요즘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의 아이들 분위기인 것 같다.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면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성숙하다. 중학교 3학년 정도까지는 그런 것 같다. 예전에는 남녀를 차별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남자아이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었으니 여자아이들을 무시했으면 했지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어디 그런가. 아직도 남녀차별주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부러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차별해 키우는 어른은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숙한 남자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성숙한 여자아이들을 두렵게 느끼는 것이다.

이런 점을 걱정하는 어른들도 있는 것 같지만 난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우리 아이들이 여성성만 가진 여자, 남성성만 가진 남자보다는 양성성을 모두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들의 양성성이 약화될까봐 걱정이다.

당신은 딸 가진 엄마니까 그렇지 않으냐고 말씀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행히 난 아들도 키우고 있는데 그 아들이 친절하고 섬세해서 정말 좋다. 혹시 내가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우리집 식구 중에 가장 많이 걱정하고 실제로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다. 딸이 씩씩하고 자기 일 알아서 잘 하는 사람으로, 아들이 마음이 곱고 다른 사람을 깊이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신들이 가진 좋은 성향을 잘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나를 포함한 모든 어른이 진심으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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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미/ 동아일보 여론조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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