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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정법대학장

공무원이 부패했다고 하는 의견이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의견보다 7배 이상이 높았다고 한다. 기업 엘리트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시행한 2003년 국가별 부패인지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보면 1등은 10점 만점에 9.7을 얻은 핀란드이고 한국은 4.3점으로 50등이다. 한국은 불법 정치자금 만연 정도는 104개국 중 77위,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85위로 국가의 인적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 엘리트 집단에 대한 이러한 불신은 선진국 대열에 끼기를 바라는 국가로서는 체면이 안 서는 일이다.

한국 정치인 신뢰도 85위

국가의 엘리트들이 사회 규범이나 가치를 개인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부패의 정체이다. 민주적 국가 시스템 작동 원리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탐욕을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다리의 맨 위에 숨어 있는 그림자는 무엇일까? 사람, 제도, 조직 등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그것이 부패의 정체이기도 하다.

권력 집중지엔 검은 유혹 도사려

정당, 정부, 기업 등 권력의 집중이 일어나는 곳은 항상 부패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종종 부패를 캐내는 것조차도 투명한 원칙이 아닌 힘의 논리로 결정되며, 타협과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된다. 사건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밖에서 다 보고 있는 걸 모르고 어항 속에서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보는 것 같다. 정치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같은 영원한 은폐 방법은 없다. 묵인, 은폐, 폭로 등이 확고한 원칙에 의해서 되지 않고 정치적 상부상조 속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면 모든 게 드러난다.

최근 잇달아 터지는 고위 공직자의 투기 의혹 제기, 사실 부인, 증거 폭로, 사퇴 뉴스는 도대체 누가 예외인가 묻게 한다. 직무상 정보를 얻기 쉬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 연관된 문제를 놓고 객관적이고 공정하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에는 일상적이던 일들이 지금은 주목받고 비판받는 일로 드러나는 것 때문에 운이 나쁘다고 여길 만한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공적인 일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받을 이익이나 손해를 모른 채 순수한 동기와 의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슬쩍 넘기거나 강압적으로 폭로의 입을 막아 버리는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청렴문화 체질화 위한 의식교육 필요

비단 부패는 공직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충격을 주었던 노조 간부 비리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이건 권력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다 통하는 귀족적 속성이 있다. 조직은 모두 권력과 관련이 있고 모든 권력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패 유혹에 무릎을 꿇기 쉽다면 권력을 견제하는 철저한 검증제도와 투명한 감시체제가 필요하다.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은 제도의 합리화로 가능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일찍부터 사회적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결과에 대한 공동 책임의 가치를 알게 하는 과정에서 청렴문화가 체질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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