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도쿄 오사카 쾰른 등 세계여성영화제 집행위원들의

공동 네트워크 형성… 6월 세계여성학대회에 원탁회의

한국에 와서 택시를 탔는데 일본 사람이라고 내리라고 하더라고. 요즘 분위기가 안 좋다는 걸 실감했지. 그래서 앞으로 여기 있는 동안 일본말 안쓰려고"

(오오다케 요코, 도쿄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오오다케 위원장님, 앞으로는 중국사람이라고 하세요"

(비타 린, 대만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서울여성영화제에는 젊은 자원봉사자와 관객들로 북적거리는 게 너무 인상적이에요. 활기차고 생동적인 서울여성영화제를 보고 우리도 여성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 갔죠"

(미키 소코 오사카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래 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어요. 영화 보는 것보다 여러분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서울 오기 전부터 이런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했죠"

(제니퍼 존스, 쾰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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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모인 세계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들. 왼쪽부터 김은실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 제니퍼 존스 쾰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미키 소코 오사카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비타 린 대만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오오다케 요코 도쿄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기태 기자 leephoto@>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를 계기로 세계 여성영화제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대만, 도쿄, 서울, 오사카, 쾰른 등 5대 여성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이 처음으로 만났다. 4월 11일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만난 이들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과 '영화'라는 주제는 첫 만남의 어색함도, 언어장벽도 금세 허물어 버렸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자매들처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가 됐다.

한 일 양국 간에 문화교류가 없던 시절부터 한국영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 온 오오다케 요코 도쿄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언니 격이라면 서울여성영화제는 여동생 같은 존재다. 오래 전부터 연대하고 싶었다"면서 "언니보다 동생이 영화제 규모나 재정문제 등 여러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고 격려했다.

미키 소코 오사카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건 서울여성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힘인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비타 린 대만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서울여성영화제를 통해 한국을 첫 방문하게 됐다"면서 "영화를 통해 한국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영화제와 여성단체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지원을 받으며 행사를 치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며 부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5대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만나자마자 쏟아놓은 이야기는 역시나 영화제 개최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재정문제다. 85년 1회 때부터 도쿄국제영화제와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아온 도쿄국제여성영화제도 돈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일본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기업 지원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오사카여성영화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1회 때는 정부지원이 있었지만 같은 이벤트에 연달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방침 때문에 2회 때부터는 그마저 끊겼다.

보람은 여성영화인 '발굴', 고민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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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여성영화제 현장에는 영화상영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상시 열리고 있다.

후원자 50명으로부터 1만엔씩 기부를 받고 있지만 영화제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지역시민단체가 영화제를 개최하는 대만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린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의 주된 임무는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따오는 일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오오다케 위원장은 "열악한 재정문제도 고민이지만 '여성 감독' '여성주의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북해 하는 여성 영화인들을 보면서 많은 상처를 받는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많은 우리 영화제라고 다를 바 없다"면서 "세계 여성영화제들이 양적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할 때가 왔고 여기에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고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성영화제를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는 데는 그만큼 보람도 크기 때문이다.

6년째 쾰른여성영화제를 이끌어오고 있는 제니퍼 존스 집행위원장은 "남녀평등이 많이 이루어진 유럽의 여성주의 운동은 많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여성 영화인들에 대한 기회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화제가 여성 영화인을 발굴하는 인큐베이터로, 여성문화를 소개하는 창구로 역할하고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찾는 남녀 관객 수가 모두 증가 추세인 대만여성영화제의 린 위원장은 "여성영화제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대학에 여성학 관련 과목들이 속속 개설되고 있는 점도 큰 기쁨"이라고 전했다. 오사카여성영화제는 모든 영화에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미키 위원장은 "영화제라는 건 영화 상영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알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날 만남의 가장 큰 수확은 각 여성영화제 간에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것이었다. 린 위원장은 "우리들의 연대를 통해 성매매 같은 여성이슈가 세계적 주제로 확장될 수 있다"고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 존스 위원장은 "이미 유럽 여성영화제들끼리는 유대관계가 잘 구축돼 있으며 데이터 베이스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아시아 지역 여성영화제들과의 연대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시각과 사고를 가진 여성 영화인들과 만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오오다케 위원장은 "지금 같은 (한 일 양국의)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문화교류를 통한 연대다. 여성, 여성문화가 만든 유대관계는 전쟁이 일어나도 절대 깨지지 않는다. 이게 바로 두 나라가 상생으로 가는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6월에 열릴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에 각 나라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다시 모여 원탁회의를 진행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여성운동과 여성문화의 흐름 속에 여성영화제가 갖는 의미와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여성영화제|

대만여성영화제

대만여성영화제는 대만여성영상학회의 주요 사업으로 93년 타이페이시에서 시작되어 매년 5월 중순에 영화제를 개최해 왔다. 2000년 이후에는 여성주의 영화와 감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는 지역 순회상영을 하고 있으며 12회를 맞이한 올해는 타이페이시와 카오시옹시 2군데서 영화제를 동시에 개최한다. 대만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으며 일반 극장에서 상영이 힘든 성적 소수자, 대만 내 소수민족의 영화를 소개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www.w mw.com.tw)

도쿄국제여성영화제

도쿄국제여성영화제는 85년 도쿄국제영화제의 개별 이벤트로 시작됐다. 1회 때 잔느 모로, 헬마 센더 브람스, 브릿지 포세 등 세계적인 여성 영화인이 집결하면서 주목을 받으며 아시아 지역의 여성영화제를 선도해 왔다.

매년 10월 열리고 있는 도쿄국제여성영화제는 일본 내 여성 영화인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여성 영화인들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 영화제로 자리매김 했다. 영화제 사무국은 영화제 개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여성영화제에 대해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여성영화제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우리나라 여성 감독과 여성주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왔다.

오사카여성영화제

대만여성영화제와 서울여성영화제를 벤치마킹한 오사카여성영화제는 이들 영화제 중 가장 늦깎이 여성영화제다. 2002년부터 시작해 격년으로 열리고 있어 내년이면 3회를 바라보게 된다.

대만여성영화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한 해는 영화제를 열고 그 다음 해에는 지역 순회상영회를 연다. 처음에는 영화제 사무국에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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