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갈라지면 길이 열린다!
바다가 갈라지면 길이 열린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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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 오르는 시간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섰던 바다가 수천 수만의 팔을 뻗어 엉겨 붙으며 만나는 시간이다. 섬은 섬으로, 뭍은 뭍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별하는 섬과 육지가 사납게 몰아치는 파도 같은 눈물을 뿌리는 시간이다. 물가에 이르자 크릉, 밀려드는 물살을 겁내듯 차가 움칠거렸다. 두려워하지 마. 이제 돌아가는 거야. 나는 가만가만 차를 다독이며 사라져 가는 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 서하진 단편소설 '제부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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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공룡화석


'과잉현실' 시대의 사랑은 백화점 진열대에 쌓인 상품들처럼 세속적인 행복을 충족시키는 아이템이다. 그래서일까? 이처럼 과잉된 현실이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곁에 있는 그 혹은 그녀가 '낯선 사람'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불온한 공간을 찾아 떠나곤 한다. 때때로 그곳은 일탈이라는 이름의 섬이다.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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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평리 바닷가의 해지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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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미나리아 재비
길이 나타났다. 몇 시간 후면 사라질 길이 지금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 길을 한동안 굽어보다 조심조심 차를 몰고 나아갔다. 차 바퀴에 깔리는 자갈들이 자그락 자그락 울려댄다. 길은 비어 있었지만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포말이 다시금 진주해 올 바다를 애타게 손짓하고 있다.



육지와 이어진 땅덩이, 제부도. 물이 빠질 때면 검붉은 시멘트 길을 따라 뭍이 되었다가 물이 밀려 들면 바다 가운데로 유배되는 섬. 하루에 꼭 두 번씩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계속되는 만남일까, 영원한 이별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던 어떤 사랑을 닮았다.



섬에 들자마자 고개를 돌려 지나온 곳을 둘러봤다. 조금 전까지 바다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드넓은 갯바닥이 펼쳐져 있다. 부서진 조개껍데기,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 군데군데 물웅덩이만이 바다의 흔적을 담고 있을 뿐 거친 벌판에 서 있는 듯하다.



"그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완강한 어깨를 보이며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다. 검은 바다가 있는 개펄을 향해. 바람이 그를 지나 내게로 불어오고 그에게서는 희미한 향냄새가 났다. 담배와 술과 그리고 욕정의 냄새"



- 서하진 단편소설 '제부도' 중에서




차거나 뜨거운 정념의 바다



허기나 때울 요량으로 섬 초입의 허름한 식당에서 망둥이 회 무침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운 다음 일주 도로를 따라 나선다. 8㎞ 둘레에 불과한 섬이지만 예상 외로 눈요깃감이 널렸다.



우선 북쪽 해안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모이는 작은 포구가 자리잡고 있다. 또 남쪽 해안에는 매들의 서식지인 '매바위 3형제'가 우뚝 서있다. 서쪽 해안은 단정한 미루나무 숲이 감싸 안은 해수욕장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 걸치면 딱 좋다.



해수욕장에 차를 대고 모래사장 너머 개펄을 밟아본다. '뿌직' 소리를 내며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흙. 온몸이 서늘할 정도로 차고 보드랍다. 발에 감겨드는 바다가 내 몸 곳곳을 훑는 어떤 손길처럼 느껴지고 한기가 돌던 몸으로 점차 뜨거운 기운이 밀려온다. 여기 개펄 한가운데서 내 정념은 놀라운 열기를 띠어간다. 그녀와는 상관없이 내게는 아직 뜨거운 정열이 남아있었나 보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개펄 여기저기 목이 긴 장화에 수건을 동여맨 아낙네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그 옆으론 섬 꼬마들이 엄지 만한 게들을 장난감처럼 갖고 논다. 흙 속에서 거품을 내뿜는 바지락들. 퍼뜩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뻘 되는 지긋한 아주머니에게 호미를 빌려 비닐봉지 한 가득 바지락을 담았다. 최소한 열흘은 맛난 된장찌개를 해먹을 수 있겠다.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하여



제부도를 나서는 연륙도 앞. 저 앞 어둠 속 푸른 물에 괴기스럽게 어른거리는 그림자는 환영의 의혹으로 가득한 삶이다. 과잉된 현실은, 일상의 사랑은 그 지루할 만큼 정연한 관성의 이면에 치명적인 불안을 감추고 있을 터.



그런 의미에서 섬 만큼 좋은 안식처는 없다. 섬에서라면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겸허하게 살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제부도는 좀 다르다. 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리므로 아무래도 더 넓은 세상과 조우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으리라.



이윽고 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열린다. 깊은 밤 한 줄기 여백 앞에서 문득 고요해지는 마음. 이 길은 이를테면 꿈을 향해 걸어가는 길일까? 나는 다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나아간다. 귓전으로 희미한 파도소리가 메아리쳐 왔다.



글=권경률 여행칼럼니스트

사진제공=화성시청 문화홍보과



[가볼 만한 곳]



제부도는 서울에서 가깝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승용차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비봉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서강 서신삼거리를 거치면 제부도에 닿는다. 수원역 앞에서 서신까지 가는 버스를 탄 뒤 섬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갈아타도 된다. 제부도는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하루 두 차례만 섬으로 가는 물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문의: 서신면사무소(031-369-2771),

자동응답서비스(031-369-2360)

홈페이지: www.hscity.net



[웰빙 가이드]



조개구이와 바지락 손칼국수는 제부도에서 즐겨야 제 맛이다. 조개구이는 2만원 내외. 섬 일주 도로에 조개구이집들이 10여 곳 늘어서 있다. 갓 잡은 바지락으로 국물을 우려낸 손칼국수도 5000원이면 푸짐하게 나온다. 망둥이 회무침은 보너스.



[찾아가는 길]



화성군 서신면 궁평리 바닷가는 5000여 그루의 해송과 눈부신 백사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특히 해 떨어질 무렵의 낙조가 인상적. 장안면 수촌리에서 우정면 이화리에 이르는 남양 간척지는 탁 트인 풍광이 그만이다. 송산면 고정리 시화호 일대도 빼놓을 수 없다. 공룡화석이 발견된 이곳은 희귀 동식물이 많아 생태 학습지로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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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개펄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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