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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주방장의 미소가 담긴 프랑스 가정식.

얼마 전 '프랑스 여자가 날씬한 이유'란 제목의 신문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그녀들은 먹는 것을 인생 최대의 낙으로 여기지만 음식을 음미하고 식사시간 자체를 즐기기에 절대 살이 찌지 않는단다. 우리 메뚜기떼 역시 먹는 것을 인생 최대의 낙으로 여기지만, 다이어트는 풀리지 않는 숙원일 뿐인데 말이다. 질투 나는 그녀들의 평상시 식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청담동 뒷골목에 간판도 없이 숨어있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부숑'.

르부숑은 4인용 테이블이 3개, 2인용 테이블 1개가 전부인 자그마한 집이다. 은은한 노란 조명, 짙은 색의 투박한 테이블, 고풍스러운 책장 등이 프랑스 시골 가정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친절한 인상의 꽃미남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한다. 이런 아기자기한 분위기에서 꽃미남 주방장이 만든 요리라니. 오늘의 식사가 무지 멋질 것 같아 한껏 기대된다.

이 집은 정해진 단품 메뉴는 따로 없고, 수시로 요리가 바뀌는 코스 메뉴만 있다. 샐러드 스파게티 메인 요리 후식의 순서로 나오는 코스 요리가 1인당 2만8000원. 그리고 여러 종류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다.

첫 타자는 샐러드. 몇 가지 푸른 야채와 방울토마토를 올리브유 드레싱으로 가볍게 버무린 샐러드는 산뜻하게 입맛을 돋운다. 식사 시작부터 바구니에 담아 내주는 바게트빵은 먹는 족족 새로 채워준다. 다음 순서는 스파게티. 푹 삶기기 직전의 탱글탱글한 면을 푸른 야채, 새우와 함께 올리브유로 살짝 볶아내 상당히 담백하다.

드디어 메인 요리 가리비와 폭찹 등장 (메인 요리는 비프, 가리비, 돼지고기, 포크, 양고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

가리비 요리는 새콤한 과일 소스와 쫄깃한 가리비 살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빵가루와 통후추로 만들었다는 바삭한 굵은 가루를 드문드문 뿌렸는데, 이 가루가 씹는 재미를 한층 살려준다. 폭찹은 부드러운 크림 소스에 얇게 저민 사과를 함께 익혀냈다.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과 사각거림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사과의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

모든 음식이 약간 아쉬운 듯한 양인데, 천천히 음미하다 보니 포만감은 여느 때만큼 크다. 또 후식으로 나오는 초콜릿 무스와 와인 맛 생크림을 끼얹은 딸기가 일말의 아쉬움을 싹 날려 준다. 마지막으로 커피나 재스민차로 느끼해진 입안을 정리하고 나면 모든 코스가 마무리된다. 오늘의 식사는 장장 2시간이 걸렸다. 삼겹살이 채 익기도 전에 집어 드는 조급한 대식가인 우리들에게는 기록할 만할 일. 앞으로 프랑스 여자의 우아한 식습관을 따라볼 것을 다짐하며 흐뭇하게 가게 문을 나섰다.

강남구 청담동 20-16 / 02-3445-8224

예약 필수 /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음

이지영/브라운메뚜기(조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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