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진단한 고령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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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가 진단한 2020년 초고령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재천(사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생물학적 접근법으로 고령화사회를 예견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삼성경제연구소)를 냈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생물학자다운 신선한 발상을 쏟아놓고 있다. 그는 "35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스스로 출산율을 낮추는 생물은 없었다"며 그런 점에서 인간은 정말 '별난 동물'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생물의 존재 이유는 바로 '자신의 DNA 전파'다. 그렇기에 다른 생물들은 생식능력이 소멸되면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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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번식기가 지나서도 상당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인간은 '별난 동물'인 것이다. 석기시대 인간의 평균수명이 여성들의 '완경'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50년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인간 역시 생식능력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생물의 법칙에 지배 받았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번식기'와 '번식후기'가 각각 50년씩 거의 비슷해지는 인생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는 지극히 생물학적 문제"라고 주장하는 최 교수는 "우리 삶을 번식기 50년과 번식 후기 50년의 '두 인생 체제'로 개혁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두 인생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지극히 생물다운 삶으로 돌아갈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생물다운 삶이란 번식기에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이 번식기에 최적의 환경 속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번식하고 자손을 남긴 반면 번식에 불리한 조건의 개체들이 자손을 남기지 못해 사라졌다는 진화이론 대로 살자는 이야기다. 생물학자인 최 교수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은 "번식 후기를 위해 번식기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다. 그래서 그는 '임금피크제'를 대안책의 하나로 거론한다. 보수와 보직을 철저하게 분리해 젊은 세대에게 감투 대신 높은 보수를 주고 제2의 인생을 사는 노년세대에게는 명예직으로 중재를 맡기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를 통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세대갈등 해결까지 모색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예측한다.

또 그는 양육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감과 동시에 조혼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혼풍조가 고령화 속도를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첫 출산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이 개체군의 빠른 성장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21세기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다스리는 능력, 뛰어난 언어감각, 인간관계와 사회정의에 대한 순수한 관심 등 생물학적 여성성이 수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21세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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