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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체제를 무너뜨린 YH 사건의 주인공, 강단 있는 여성 노동자에서 정치인이 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4월1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날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최 의원의 '위장전입과 땅투기'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상기된 얼굴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반론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동안 남편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던 최 의원은 이날 처음 남편의 병명까지 거론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밝힌 내용은 "경기도 양주군 교현리에 불치병인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고, 과거 노동운동을 함께 하며 고생하던 언니들과 생태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2층 집을 짓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건물 1층에는 노동운동을 함께 하던 박모씨가 현재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조선일보가 여성 정치인을 울린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하겠다. '눈물장관''울보장관'이란 별명을 얻고 단명한 황산성 전 환경부 장관(93년2월 12월)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일보 기자와 사적인 언쟁을 벌였다.

"왜 이혼하셨나요?" "질문하신 기자는 어디 소속인가요?" "조선일보 입니다""대 조선일보기자가 그런 질문밖에 할 수 없나요? 나는 이미 월간지 등에서 다 말했어요. 월간지 사서 보세요"

이날 황 장관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황 장관의 행태에 대해 언론은 '공인들이 자기 감정을 얼마나 잘 추슬러야 하는지에 대한 전형'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 정치인이 감수성이 예민하다거나 감정조절을 못 한다는 평가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그보다는 언론권력이 흔히 자신을 과시라도 하듯 여성 정치인에게 무자비하게 행사된 전형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17대 국회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여성 정치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는 '눈물'을 숨기고 포커페이스(poker face)를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판이 '눈물'이라는 비언어적 행위도 통용될 수 있는 투명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장성순/ 여의도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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