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교수 '난자 가격' 발언·경북 모대학 총장 상습 성희롱

여성계 "더 이상 묵과해선 안돼"

최근 경북 지역의 한 대학 총장이 학생과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과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일삼아 고소 당하는 사건이 발생, 학내 성희롱에 대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여학생들을 집중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이 주요 보직에 있는 교수, 총장에게서 터져 나오면서 장기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 A대학 노조는 3월 29일 이 대학 총장 이모(54)씨를 직장 내 성희롱 및 부당노동행위(노조위원장 전보인사 등) 등으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고소하는 한편 총장 사퇴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 총장 사태와 관련, 경북 지역 여성단체들도 대응 수위를 조절 중에 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이 총장은 6급 이상 직원 대상 특강에서 "6급 이상에 여자도 있나"며 여성에 대한 폄하 발언을 일삼고, 학교 홍보활동을 위해 활동 중이던 도우미 학생 중 여학생을 선별해 총장실에 상주시키며 손님 접대를 하도록 지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총장은 차 시중을 들게 한 여학생을 가리켜 "우리 다방 레지 예쁘지요?"라고 하는가 하면 직원포상에서 남자 직원이 상을 받자 "이왕이면 예쁜 여자가 주는 게 좋지 않으냐"며 도우미 학생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포옹을 해주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측은 이 총장이 직원들에게 "생선 대가리 같은 것들" "이 돌대가리야"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직원들의 진술과 외부 손님 접대에 여자 직원을 대동하기도 했다는 진술 등을 취합해 4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 총장 측은 "성희롱 문제는 회의 중에 분위기가 딱딱해 큰 의미 없이 한 얘기이며 이에 대해선 사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북의 한 대학에서도 교수가 수업 도중 "학벌이 좋고 얼굴이 예쁠수록 난자 가격이 비싸다" "립스틱은 남자의 성기를 본떠 만든 것이어서 여자들이 입에 바르고 먹는다" 등의 발언을 해 학교 측이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는 교수가 "취업하고 싶은데 못 하는 심정은 성폭행 당하고 싶은데 못 당하는 늙어가는 여자의 심정과 같다"는 발언을 해 학생단체들이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교수, 총장의 성희롱 발언이 끊이지 않자 대학에서 이뤄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수나 총장 개인의 인격을 문제삼기보다 기관장이 법에 의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데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법률적인 확인작업을 철저히 해 제대로 법이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교수 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은 더욱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일각에선 근거법인 남녀차별금지및구제법 내에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 조항이 없고, 행정적 재정적인 불이익만을 주도록 방침이 규정돼 있어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강대 양성평등상담실 서하나 상담원은 "학교들도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예방 차원의 필요성을 느끼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학교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내 성희롱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A대학 노조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시점에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라고 전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