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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알찬 프로그램' 있어야 모두가 기다리는 날 된다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토요 휴업일이라 하루를 쉰단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시킬 때 아이의 커감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기보다 가슴 짠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학교가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곳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아이만의 색깔과 모양이 획일적인 틀 안에서 무뎌지고 길들여질 것이라는 오랜 경험에서 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토요 휴업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날이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그러나 토요 휴업일 첫날 우리 가족은 그러기에는 너무나 정보가 없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현실 때문에 당황스럽고 형식적인 보고서에 짜증이 났다.

토요 학습일은 근로기준법에서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휴무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가족 간 유대 증진, 사회체험 기회의 확대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취지가 그대로 담기기에는 그 익숙하지 않은 토요 휴업일에 대해 누구도 안내해 주지 않고, 학교 밖 다른 교육의 장에 대한 마련 없이 교문을 닫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가정의 책임으로 남겨졌다. 자녀의 양육과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당연시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토요 휴업일이 주는 의미는 가족의 유대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넘겨진 또 하나의 책임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일까? 이러한 현실적인 염려가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의 책임을 당연히 여성의 몫으로 상정하는 것 같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학교에서는 가정에서 돌봐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갈 수밖에 없는 학교가 아니라 학교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유익해서 보낸다면 일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영화나 연극, 전시회 등의 프로그램을 누구나 쉽게 경제적인 부담 없이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고,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의 장이 마련된다면 토요 휴업일은 모두가 기다리는 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은 형식적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 없이 아이와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토요 휴업일은 행복한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말이 곧 노동절이 되는 많은 여성들에게 토요 휴업일이 전가되는 방식이라면 토요 휴업일의 본래 취지와 상관없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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