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이모저모

연결 계단에 설치된 철문 잠금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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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창문으로 보이지만 합판으로 막혀있어 감금을 의심케한다.

○…3월30일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은 참혹했다. 벽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사고가 발생한 지 4일이나 지났지만 검은 분진이 공기 중에 떠다녔다. 계단 폭은 한 사람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비좁고 어두웠다. 4층 건물 전체의 유리창이 대부분 합판으로 막혀있기 때문이었다.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창문이 4층 통로에 있었지만 창문 밖은 바로 옆 건물이 50cm 거리를 두고 서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아찔함이 느껴졌다.

2층은 노래방 기계와 탁자가 놓인 방들과 간신히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작은 방들로 구성돼 있었다. 3층을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두꺼운 철제문이 놓여 있었다. 영업공간과 숙식 공간을 가르는 문이다. 여성들이 감금상태에 있었음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증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여성부 장관·의원 등 조문객 줄이어

○…공대위와 유가족들이 마련한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장하진 여성부장관을 비롯해 여성 국회의원들이 대거 방문하는 등 유명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임채정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화환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화환이 나란히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열린우리당 이미경 김희선 조배숙 이경숙 김선미 김영주 홍미영 의원, 한나라당 김애실 진수희 이계경 박세환 나경원 김영선 김희정 김영숙 이혜훈 의원,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여성 의원이 늘어난 17대 국회의 달라진 모습이다. 진상조사단의 유일한 남성인 박세환 의원은 율사 출신답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진상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한편, 여성 운동가 출신으로 현재 국가인권위에서 활동하는 최영애, 정강자 상임위원은 3월 30일 빈소를 찾아 공대위 관계자들을 위로하며 자매애를 나눴다.

분향소 거부, 군산시와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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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성매매업소 집결지 화재사고 희생자 유가족이 지난 3월 29일 오후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집결지 내에 마련한 분향소를 철거하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간 유가족과 여성단체, 여성부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미아리 집결지 화재로 참변을 당한 성매매 여성들의 합동 분향소 설치를 거절한 데 이어 유가족들이 시장과의 면담 요청을 위해 3월 30일 시청을 방문하자 정문을 차단해 유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유가족들은 시의 책임자에게 경찰, 소방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건재발방지 등을 요구하기 위해 오후 1시쯤 서울시청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시청 앞에 도착해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서울시가 정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유가족들과 단체 관계자 20여 명은 시청 앞에 모여 “데모하러 온 것도 아니고 얘기하러 왔는데 왜 문을 잠그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대표는 “군산에서 화재로 성매매 여성들이 희생됐을때 시에서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개하는 한편 경찰에 대해서도 “모든 업소를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하고 무허가 건물을 폐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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