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배려?여성성 수용 등 선진국 해법 활용해야

최근 사회 각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우리나라도 여성파워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탁월한 여성들이 만들어 내는 '금녀의 벽 허물기' 가 자칫 다수의 여성이 안고 있는 좌절의 본질을 가리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많은 여성이 여전히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에 실패하며,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3분의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이러한 뿌리깊은 성차별적 고용관행의 반복으로 직장 여성들의 좌절이 반복되고 있긴 하지만, 여성의 관리직 진출은 향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저성장 제조업 중심에서 고성장의 지식기반 산업으로 변화하였고, 이로 인해 여성 특유의 능력이 요구되는 소프트 산업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여성 인력의 수요 증가와 저변 확대가 이뤄져 여성 관리자의 수가 증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녀고용평등을 위한 정부의 법과 제도의 적극적인 정비로 겉으로 드러나는 명백한 형태의 성차별적인 인사 관행도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여성이 관리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겪은 장애요인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선진국들이 지난 30년간 모색한 방법들을 정리하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적응'의 접근을 들 수 있는데, 초창기의 많은 여성은 남성 조직의 요구를 받아들여 남성의 게임법칙을 익히려 노력했다. 둘째 '배려'의 접근은 남성 조직에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모성휴가, 탄력근무제 등 다양한 복리후생제도와 멘토링 등의 정책을 제공해 주었다. 셋째 '여성성 수용'의 접근은 여성만이 지니는 차별적 특성을 강조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여성 관리자와 관련해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고위직에서의 여성 비율이 오랫동안 3%미만에서 정체돼 있고 이로 인해 생긴 유리천장을 타파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고민은 중간 관리직의 여성 비율이 7%(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어 유리천장이 고위직이 아닌 중하위직에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세 가지 접근이 한국 여성의 초기 관리직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이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들 접근이 근본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타파하지는 못하는 한계점을 지닌다. 왜냐하면 설령 가족친화적 인사제도가 있더라도 가정에 대한 책임이 여성의 몫임을 기업 스스로 부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관리자의 능력과 리더십을 전형적인 남성 스타일의 렌즈를 통해 평가하는 한, 여성이 조직의 구조적 불평등을 뚫고 올라가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 관리자의 미래 모습과 관련해 오늘날 조직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본다. 만일 조직의 경영철학과 인력관리가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고수된다면 능력 있는 여성들의 희생은 계속될 것이다. 여성 인력의 활용은 이제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과 직결된다. 2001년 발행된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0대 기업의 1996∼2000년 주주 총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여성 관리직 비율 상위 10% 기업은 하위 10% 기업보다 주주 총수익률에서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여성인력의 활용을 남녀평등사회 구현이라는 '상징적 가치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직경쟁력 우위를 위한 '자원적 가치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을 우리나라의 모든 남성 주도적 조직들이 깨달을 때가 왔다.

이화여대 경력개발센터 원장·경영학과 교수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