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조경회사건설회사 사장으로 훨훨

모든 가구 조경으로 꾸민 친환경 아파트 9월 첫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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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건설회사 사장 되다' ㈜하영그린의 하현영(44) 대표. 고등학교 졸업 후 스물 셋에 일찌감치 결혼해 전업주부로 15년, 서른 여덟에 꽃집을 열고 나이 마흔에 조경회사를 시작해 연매출 300억원의 탄탄한 중견 회사로 키웠다. 그리고 4년 후인 지금, 그녀는 건설회사의 대표로서 친환경 아파트 짓기에 몰두하고 있다. 실내조경은 머지않아 주거공간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하 대표는 '전 가구 조경'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건설회사를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자 아예 부도난 지방의 건설회사를 사들여 9월 250가구의 첫 분양을 앞두고 있다.

조안리 등 성공여성 롤모델…가든스쿨 열어 후배 양성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삶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전업주부 시절부터 나는 '스물 아홉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의 조안리씨,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의 이정순씨처럼 역경에 맞서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자신의 삶을 그리는 분들의 에세이를 즐겨 읽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분들은 제게 인생의 선배이며 사업의 조언자였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을 위해 시작한 꽃집, 영업전략이란 것도 따로 없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모두 시도해 보고 실패하면 다시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낮에는 꽃꽂이를 하고 늦은 오후에는 지하철역에서 홍보 전단을 돌리고, 밤이 깊으면 고급 술집 등 생화를 필요로 할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했습니다. 인맥도 없었고 새로 시장을 개척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밤낮없이 뛰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에 200건이 넘는 주문이 밀어닥쳤고 손에 피가 날 정도로 꽃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조경회사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1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지 꽃장식을 맡으면서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그 분의 일생을 생각했죠. 그 분도 빈 손으로 시작해 최고의 기업을 일군 분이잖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성공하는 리더십이 궁금해진 하 대표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표, 노무현 대통령 등 정치계의 리더들을 찾아다니며 사무실에 무료로 꽃꽂이를 시작했다. 그들은 하 대표를 기억도 못했지만,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가, 어떤 책을 보는가 등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공부였다. 그리고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리더십이란 바로 '진실한 마음과 자신을 낮출줄 아는 겸손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대기업과 회의할 때도 그녀는 '진실함과 겸손함'을 무기로 소신껏 일해왔다.

조경회사를 세운 뒤 그녀는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을 알렸다. 2002년 월드컵을 겨냥해서 작품을 미리 연구해 특허를 냈으며, 이후 청와대 분수대 꽃조형물 최우수작 당선 및 시공, 삼척 세계동굴 엑스포 꽃조형물 설치공사 등 굵직한 일들을 맡으면서 2003년에는 특허청 주관 '신지식특허인', 우수여성발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벤치마킹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가든스쿨이다. 그녀의 성공스토리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조경을 배우러 찾아온다. 그리고 하 대표가 예전에 그랬듯이 그녀의 성공비결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 가든스쿨을 거쳐간 사람은 180명에 이른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조급해요. 기회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빨리, 누군가에겐 늦게 오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과정에 있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하현영의 주부 CEO 되기

주부도 창업이 아니라 사업을 할 수 있다. 하현영 대표의 성공 비법 5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눈높이를 낮춰라. 남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라. 꽃꽂이를 잘하면 꽃집에서, 청소를 잘하면 청소대행업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처음부터 CEO는 없다. 사원의 자세로 밑바닥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라.

셋째, 롤모델을 찾아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내게 주는 조언이 담겨있다.

넷째, 책을 읽어라.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주부에게 책은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훌륭한 스승이다.

다섯째, 선택한 일에는 완벽하게 빠져들어라. 열정 없이는 성공도 없다.

김미량 기자kmr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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