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비전 없어…호주제 폐지 축하

미국 낙태권리 삭제하려다 국제망신 당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4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가 3월 11일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경행동강령 이행을 통해 각국의 여성정책 수준을 점검하고, 이를 비정부기구(NGO)가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3월 2일부터 10일까지 열린 고위급 패널에서는 각국이 마련한 여성 관련 기구에 초점이 맞춰져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3월 2일엔 호주제 폐지 국회 통과가 알려져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요구안이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여성정책의 방향 정립 또한 현상유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강선혜 여성부 국제협력담당관은 “북경행동강령 10년에 대한 평가와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은 이뤄졌지만 앞으로의 비전 제시는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반면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부의장은 “북경행동강령이 각국이 지켜야 할 정책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이번 회의의 성과를 전했다.

이번 유엔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마지막 날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결의안에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여권 신장 방안에 대한 환영, 아프간 여성들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활동 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일부 보수 세력이 북경행동강령의 조항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미국은 북경행동강령을 재확인하는 결과문 채택 과정에서 북경행동강령 가운데 낙태에 대한 권리를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다른 국가들의 반대로 수용되지는 못 했으나 회의 참석자들의 불쾌감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성지위위원회 위원국은 알제리, 벨기에, 캐나다, 중국, 독일, 헝가리, 이란, 미국 등 45개국으로 이뤄져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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