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경

한나라당 의원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한 직전 절차인 법사위 회의장에서의 2월 28일 밤 10시 40분.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합의하자고 하자 주호영 의원이 반대를 한다. 양당 간사가 다시 의논한다고 자리를 떴다. 법사위원회에서 가슴 졸이며 방청하던 여성 의원들(이경숙, 유승희, 김애실, 진수희, 이계경)과 남인순 대표를 포함한 여성연합 회원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차명희 이사장, 곽배희 소장과 직원들, 여성부 직원 등 여성계 인사들이 초조한 빛으로 기다렸다.

박수치다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

재입장한 의원들이 결국은 표결로 하기로 결정했다. 찬성 11명, 반대 3명, 기권 1명.

이날 우리는 박수를 치고 모두 일어나 환호를 했다. 그래서 또 야단맞았다. 회의장에서 소란스럽다고….

우르르 복도로 몰려나온 우리들은 얼싸안고 울고 만세를 불렀다. 이 기분….

30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특히 차명희, 곽배희 선배는 더욱 감격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본회의장에서 가슴졸인 3시간

가슴을 졸인다.

법안 표결 순서 네 번째인데 의장대행이 순서를 뒤로 바꾸어 한다고 한다.

“이게 또 무슨 일이람…” 뒤에 앉은 남경필 수석 부대표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법사위 합의가 다 끝났는데 왜 또 미루었나요?”했더니, 몇 남성 의원들이 도저히 부성을 바꾸는 문제를 용납 못 하겠다고 수정안을 내겠다고 했단다.

“아니, 논의 다 하고 어렵게 법사위 표결까지 거친 문제인데 왜 또 수정안을 냅니까? 지금 기자단이 모두 2층에서 표결 순간을 기다리고 여성단체 사람들도 지켜보고 있는데 얼마나 또 기다리라고요. 그냥 통과하게 해줘요…”

“법사위 거쳤는데 웬 수정안 타령”

50년을 기다려 온 여성계의 염원, 내가 가족법 개정운동에 발을 디딘 지도 30년이 되는데 이 오랜 기다림을 또 기다리란 말인가. 이 심정을 누가 알까?

드디어 오후 4시 30분.

의장대행이 “민법 개정안을 상정하겠습니다”라고 한다.

수정안을 포기했다고 해서 다시 위로 순서를 앞당긴 것이다.

전광판 파란불 켜지자 “해냈다” 환호

반대토론(김용갑, 김학원 의원)과 찬성토론(손봉숙, 이경숙 의원)이 있고 전광판에 투표를 알리는 불이 들어왔다. 찬성표를 누르고 둘러보니 빨간불이 여기저기 들어온다. 빨간불을 누른 의원을 돌아봤다. K의원은 내 얼굴을 보더니 파란불로 수정을 한다.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당당하게 찬성불을 누른 의원도 있다. “전 딸이 둘이나 있는데요”하며 권영세 의원이 찬성했음을 알린다.

재석 235에 찬성 161, 반대 55, 기권 16. 아! 통과되었구나.

감격스러움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여성 의원들이겠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박수가 나왔다. 나도 박수를 쳤다.

“무슨 박수를 치고 야단입니까?”남성 의원들이 기분 나쁘다는 투로 항의를 한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박수가 금지다. 특별히 대통령이나 외국 원수 연설의 경우를 빼곤 박수도 안 된단다.

한나라당이 반대해도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정했다니까 되리라고 예상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권고적 당론으로 정해준 것이 고맙다.

당론으로 밀어준 박 대표에 감사

권고적 당론으로 확실하게 밀어준 박근혜 대표에게 고맙다고 했다.

만나는 남성 의원들에게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로비로 뛰어나왔다.

이 문, 저 문에서 여성 의원들이 나왔다.

“통과되었어…” “너무 좋다” “역사적인 일이야!” 서로 악수하고 축하했다.

저쪽에서 한명숙 의원이 나왔다. 우리 둘은 깊게 얼싸안았다.

아! 74년 크리스찬아카데미 여성사회 교육에서 가족법 개정운동을 알게 된 후 서명하고 운동을 함께 해왔던 30년이 있어 말을 안 해도 통했다.

“너무 좋지요?” “그래, 너무 잘 됐어”

한 선배와 나는 다른 어느 의원들보다 감개가 무량했다.

이태영 선생님 살아계실 때부터 호주제 폐지 과정을 알아왔던 우리에게는 감회가 남다르고 새로웠다.

여성 의원들 얼싸안고 눈물

이은영 의원이 나왔다. 법사위에서 애쓰면서 싸워주던 이은영 의원. 우리도 얼싸안았다. 눈물이 났다. 함께 울먹였다.

“수고했어, 너무 고생했어”

서로가 너무 좋아하니까 남성 의원들이 연신 축하한다고 인사하는데 이건 여성들만을 위한 건 아니지 않은가? 여하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차명희 선배가 73년 결성된 '범여성가족법개정운동협의회'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나는 자원봉사자로 서명용지를 받아다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10개 조항을 줄줄 외우며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했으며, TV토론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항의 엽서, 전화를 보내는 등 여성 운동의 첫발을 가족법 개정으로 딛게 됐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더 감격스러웠나보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 왔던 고 이태영 선생님, 윤후정 선생님, 박영숙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과 여성단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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