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인류학자의 '음식과 몸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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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하면 좀 딱딱하고 보통 사람이 다가가기에는 먼 학문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 캐롤 M 코니한은 그의 저서 '음식과 몸의 인류학'을 통해 문화인류학을 우리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왜냐하면 그는 딱딱한 이론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고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니한은 이 책에서 고대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식재료를 누가 구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주방에서 권력을 누가 쥐었느냐에 따라 가족과 남녀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코니한은 농공사회에서 여자들이 대체적으로 남자의 하위존재로 규정되는 이유에 대해 음식 생산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는데 산업화 과정에 놓였던 이탈리아 플로렌스 지방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코니한은 그 이유에 대해 “산업화를 겪는 동안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해 식량 수급권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덧붙여 “플로렌스의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과 독립을 이뤘지만 한편으론 가사와 육아를 등한시했기에 아이들에 대한 지배력과 그들의 사회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해석했다.

코니한은 여성의 거식증과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도 내놓았다. 서양사회가 갖고 있는 몸과 몸의 성장에 필수적인 음식에 대한 견해가 남성지배와 여성하위에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밝히고 있다. 코니한은 “가부장적이고 계층화돼 있는 미국의 남녀는 서로의 신체가 절대 상호보완적이 될 수 없으며 여자의 몸은 남자의 몸보다 약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이것은 곧 남녀 사이의 계층관계와 서양식 날씬한 여성의 몸에 대한 예찬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냉혹하게도 여성들 스스로 이와 같은 논리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결과가 바로 거식증이다. 그는 거식증 여자들이 대체적으로 섹스마저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자기 몸 속에 다른 것이 들어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음식을 먹는 행위와 섹스, 그리고 출산은 서로 별개인 것들을 섞어가며 생명과 성장을 이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많은 문화 속에서 이런 행위에는 분명한 성 구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음식준비와 출산은 여성들에게 부여된 상징적 행위로 여자다움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캐롤 M 코니한 지음/김정희 옮김/갈무리/1만6000원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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