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의학·생리학상 수상한 크리스티안네 뉘슬라인 폴하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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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전학자 크리스티안네 뉘슬라인 폴하르트(Christiane Nusslein-Volhart, 1942∼).

그녀는 1940∼70년대에 걸쳐 초파리의 유전자 구조의 연구를 통해서 2만여개의 초파리 유전자 중 5000개만이 초기 발달과정에 중요하며, 그 중에서도 140개만이 필수적인 것임을 밝혀냈다.

80년대에 그녀는 물고기를 발생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유전자의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독일 튀빙겐의 막스플랑크 인스티튜트에서 그녀와 연구팀은 수컷 물고기를 에틸니트로소우레아라는 강력한 화학물질에 노출시켜 무작위로 정자와 체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잡동사니 돌연변이 자손들 속에서 발생 도중 두뇌의 형성과 발달에 이상이 생긴 것, 그리고 심장, 혈액을 포함한 거의 모든 단계에서 결손이 생긴 변종 물고기를 수천 마리 발견했다.

연구팀은 귀에 기형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고호', 심장을 크게 하는 유전자는 마음이 최대한 넓은 것으로 생각되는 '산타'라고 부르는 등 발견한 발생유전자의 이름을 그것이 일으키는 결함을 따라 지었다. 장난기 가득한 이름을 가진 이 유전자들은 인간의 아기가 발생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대한 공헌을 하고, 아기를 불구나 사망으로 몰아가는 유전적 결함이 무엇인지를 밝혀줄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95년 초기 배아 발달을 통제하는 중요한 유전적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미국의 에드워드 루이스, 에릭 비샤우스와 함께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상위원회는 “뉘슬라인 폴하르트와 비샤우스가 과학의 길에 막 들어선 젊은 나이에 이 계획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용감한 선택이었다. 그들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매우 생소한 분야에 도전했고 성공의 전망은 불투명했다”고 밝혔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73년 튀빙겐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8∼80년 하이델베르크의 유럽분자생물실험실(EMBL)의 연구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튀빙겐에 있는 막스플랑크 발생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진우기/번역작가·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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