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공창제'이어 “위안부 배상요구는 망신” 막말

여성사 왜곡 심각…정대협 등 시민단체 공개사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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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군 '위안부', 일제하 강제 징용자 등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배상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수요시위 중 한 시민이 주한 일본 대사관을 향해 배상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한 원로 지식인이 식민지배를 미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요구가 '자기 망신'에 가깝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이영훈 교수의 '공창제' 발언에 이어 소위 지식인 남성들의 여성사에 대한 왜곡과 폄하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승조(75) 전 고려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보수, 우익 월간지인 '정론' 4월호에 기고한 '공산주의·좌파사상에 기인한 친일파 단죄의 어리석음:한·일병합을 재평가하자' 글에서 친일파 청산문제와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좌파세력의 장기집권 의도로 몰아가던 중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는 천만다행이며 저주할 일이기보다는 축복이며 일본인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사유”라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기고문에서 “수준 이하의 좌파적인 심성 중에는 일본사대의 종군위안부의 문제가 있다”고 포문을 연 뒤 “태평양전쟁 중에 한국인 여성이 정신대로 끌려가서 일본군의 성적인 위안물로 이용되었다 하여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계속 요구하는 모습은 일본을 나락에 밀어 떨어뜨리려다가 자신들이 먼저 떨어지는 '사악함과 어리석음'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한씨는 또 “전쟁 중에 군인들이 여성들을 성적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며, 일본이 한국여성을 전쟁 중에 그렇게 이용했다는 것도 전쟁 중의 일시적이면서도 예외인 현상”이라고 말해 전쟁 중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정당하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선 “그리 많았던 수도 아니었는데 그런 봉변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몇 명 안 되는 소수의 노파를 끌고 다니면서 거듭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애초에 성의 문제는 돈으로 환산될 수가 없는 것인데 왜 돈의 문제와 결부시켜서 자기 망신을 계속하느냐”고 질타했다.

한씨의 글이 공개된 뒤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여성단체는 물론 네티즌,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60여 년을 힘겹게 살아오며 진상 규명과 일본정부의 사죄를 요구해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일제 과거사 피해자들을 명백히 모독하고 폭력을 휘둘렀다”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그의 식민사관을 둘러싸고 국내 사학자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주진오 상명대 사학과 교수는 “이는 친일이나 식민지배에 대한 합리화보다는 현 정권과 개혁지향 세력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친일과 독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온갖 특혜와 특권을 받아 온 세력이 총선 이후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하면서 갖게 된 뼈아픈 거부감”이라고 분석했다.

한씨는 기고문의 파장이 커지자 지난 6일 고려대 명예교수직을 사퇴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등 해명하고 나섰으나 파문은 그치지 않고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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