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 관행 바꿔 무기명비밀투표 실시 '의혹'

교수평의회 “의원 의견 따랐을 뿐 '의도' 없다”

여교수회, 강력 비난…의결 봐가며 대책 강구

경북대학교의 대학원장 임명 건을 둘러싸고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교수평의회가 신임 대학원장으로 선임된 박정순(58·신문방송학과) 교수에 대한 인준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예년과 달리 내정자를 회의에 참석토록 해 소신 발표를 묻고, 평의회 투표 일자를 일 주일간 미루면서까지 부결시키자 “여교수였기 때문 아니냐”는 관계자들의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교수평의회는 또 이제껏 거수로 이뤄지던 투표 방식을 올해엔 무기명비밀투표로 실시하고, 이를 관행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투표 결과가 전해지자 일부 여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교수평의회 측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전국여교수회연합회 회원인 목진자(단국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전례 없이 소견을 밝히러 나오라고 한 것이나 총장이 임명한 것을 남자 교수들이 공개적으로 부결시킨 것은 여교수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경북대 여교수회 측은 “평의회 결정을 보고 난 뒤 이번 주 안으로 여교수회 내에서 논의를 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으나 “58세 남자였으면 관례적으로 통과됐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교수평의회 측은 “다른 여교수였으면 달랐을 것”이라며 '성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수평의회 주보돈 의장은 “대학원장의 경우 다른 보직과 달리 임기가 2년이고 총장과 별도의 독립된 기관이며 학교의 상징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에 불러서 입장이나 견해를 들어보자고 한 것”이라며 “여교수의 문제란 해석은 일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장은 또 “처음엔 전체 보직자를 다 불러 소신을 들으려 했지만 일부에서 '똑같은 동료 입장인데 그런 절차를 가지면 누가 보직을 하려고 하겠느냐'는 의견이 나와서 박 교수만 부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껏 거수로 해 오던 투표방식을 비밀 투표로 바꾸고 예년과 달리 올해에만 대학원장의 소신발표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주 의장은 “교수평의회 평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이 관행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석인 대학원장 업무는 교무처장이 겸하고 있는 상태다. 교수평의회는 24일 정기 평의원회의에서 후임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대학원장 임명과 관련 총장이 선임한 내정자를 인사위원회를 거쳐 교수평의회가 의결하도록 되어있는 경북대는 김달웅 총장이 뜻을 굽히지 않고 박 교수를 고집할 경우 '첫 여성 대학원장 탄생'이라는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교수평의회의 의사를 받아들여 3월 중으로 다른 내정자를 선임할지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김 총장은 선거 공약에서 대학원장의 위상과 역할을 부총장격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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