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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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란/



여성학자




엊그제 올해 아카데미에서 여자권투선수를 그린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또 감독상과 작품상을 탔다는 뉴스를 들었어. 75세에. 이 남자는 과연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처음 만났을 땐 그저 그랬던,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시시하고 껍적대는 것처럼 보였던 남자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점점 괜찮은 인간으로, 그러다 노년의 한가운데 들어서서는 확실한 대가의 풍모를 보여주다니 살다 살다 이런 근사한 일이 또 있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정말 황당했었지. 서부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적어도 게리 쿠퍼나 존 웨인 정도는 돼야지, 이건 웬 양아치 같은 남자가 주인공이랍시고 나타나서는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아무렇게나 총을 쏴대는 거였어. 마카로니인지 스파게티인지, 아무튼 그 때까지 봤던 서부극과는 영 다르더라고. 제목부터 무슨무슨 무법자였지. 아, 처음 나온 게 '석양의 무법자'이고 다음이 '황야의 무법자'였던 것 같아. 아니면 거꾸로였던가. 그래, 그런데, 음악 하나는 참 참신하더군. 나처럼 머리 나쁜 사람도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이름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니까.



이 남자를 다시 만난 건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라는 약간의 스릴러성 영화에서였지. 정신이 이상한 여성팬한테 스토킹을 당하는 라디오 디스크자키 역이었는데 그 전 영화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랬던지 좀 그렇더라고. 상당히 짜임새 있는 내용이었는데도 영 몰입이 안 되는 거였어. 아니, 왜 저렇게 강한 남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느냐 말이야. 당신은 그냥 생긴 대로 '더티 해리' 같은 영화나 계속하셔.



이게 다 60∼70년대 이야기였는데 그 다음 한동안은 통 소식이 없더라고. 내가 살림에 매여 그런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나봐. 실제로 별 활동이 없었대. 알고 보면 그렇게 시들시들 사라지는 배우가 어디 하나 둘이겠어. 그 바닥이 어떤 바닥인데(사실 이 세상에 만만한 바닥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런데 90년대 들어서면서 이 남자가 다시 나타난 거야. 1930년생이니까 환갑이 훌쩍 넘었을 텐데, 세상에, 이렇게 멋져지다니.



또 다른 타입의 서부영화 '용서받지 못할 자'를 갖고 나와선 93년도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타내는 거야. 곧 이어 '사선에서'라는 영화에서 보여준 매력은 뭐랄까, 한 마디로 그 깊은 인간미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들지 않겠어? 이 남자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았기에 이렇게 달라졌을까 참 신기하더군.



얼마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좀 민망스러웠지. 아이고, 아저씨, 감독만 하시고 주인공은 후배에게 양보하시지, 웬 욕심을 그리 내시우? 했더니 웬걸, 그런대로 메릴 스트립하고 잘 어울리는 편이었지.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그렸던 이미지하곤 한참 멀었지만(하긴 '호스 위스퍼러'에서 감독과 주인공을 맡았던 로버트 레드퍼드에 비하면 한결 나았지. 정말 끔찍했거든).



하지만 역시 장마다 꼴뚜기는 없는 모양이야. 21세기 들어 나온 '스페이스 카우보이'나 '블러드 워크'는 정말 아니올시다였지.



하지만 실망 금지! 2003년에 만든 '미스틱 리버'라는 영화 봤어? 단연 강추할만해. 며칠 전 우연히 케이블TV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야, 클린트 이스트우드, 대단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 소년시절 성폭행 당한 후 그 외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친구의 손에 죽어간 팀 로빈스의 인생이 너무 가슴 아파서 지금껏 마음이 무거운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배우들에게서 그런 연기를 끌어낼 수 있다니.



그리고 엊그제 올해 아카데미에서 여자권투선수를 그린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또 감독상과 작품상을 탔다는 뉴스를 들었어. 75세에. 이 남자는 과연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그 날 식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시상식에 그의 96세 된 어머니가 참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난 무심코 말했지. 아이고, 그 어머니 정말 흐뭇하셨겠네. 그리곤 이내 집중포화를 당했어. 아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니라 그 어머니와 동일시하다니요. 이게 바로 여성들의 '어머니로 도피하기'증후군이에요.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그저 자식들의 인생에 얹혀서 그냥 스리슬쩍 살아내려고 한다니까요.



글쎄, 찔리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뭐 크게 잘못 됐나? 누군들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살고 싶지 않겠냐고. 난 그렇게 못 살았으니 자식이라도 그렇게 살길 바란다는 바람이 무심코 그런 식으로 흘러나온 게지. 얘들은, 무슨, 말도 못하게 해.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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