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일찍 죽는 것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오래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지난 2월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60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현재 10%지만 45년 뒤인 2050년에는 21%로 급증할 것이며 중간연령 역시 현재의 26세에서 2050년에는 37세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인구문제는 단순히 인구, 노동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존망과도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다.

최근 아랍지역의 빈번한 테러와 혼란, 그리고 제3세계 국가들의 민주주의 혁명 등 급변하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명을 인구폭발 그리고 안정, 가족형태로 설명한 학자가 있다. 프랑스의 엠마뉴엘 토드인데 그는 아랍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은 이슬람 문화 때문이거나 혹은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 때문이 아니라 인구의 폭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발된 인구는 기존의 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질서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제3세계 국가들의 민주화 역시 인구가 폭발적이던 때는 상당한 정치적 불안정을 경험했지만 출산율이 2.0이하로 안정되면서 민주화로 전이된다는 설명이다. 인구증가율은 정치체제를 안정시킬 수도 불안하게 할 수도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이하로 출산율이 떨어진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 2003년 기준 출산율이 1.13으로 선진국 평균인 1.6명보다 훨씬 낮고 일본의 1.29명보다도 낮다. 선진국들도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은 국방, 복지, 경제활동 등에서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나친 출산율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 이미 오래 전부터 노력해 왔다. 2004년 말 정부는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육지원과 노인요양시설 확충에 오는 2008년까지 7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저소득층 둘째 이상의 자녀 약 3만명에게 월 3만∼6만원의 보육료가 신규로 지원된다. 이밖에 임신부와 영유아에 대한 건강검진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러한 제도들이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기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인구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근대국가의 형성, 민주화로의 전이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구의 변동이 한국의 가까운 미래에 어떤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지 알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출산, 보육, 양육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이제까지 출산의 문제는 개인 아니면 가족의 문제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모든 부담은 가족 혹은 여성 개인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인구의 문제는 국가의 중대사이다. 국가가 관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국가가 출산과 보육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저소득층 가정의 둘째 아이에게 3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나타날 수는 없다. 출산에서부터 보육 그리고 이들의 교육에까지 아이를 낳은 부모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이 국가가 담당할 때 엄청나게 낮은 저출산은 변화될 것이다. 임신서부터 18세가 될 때까지 국가가 모든 자녀들에게 일정한 양육비를 지원하며 대학교육까지도 무상으로 이뤄진다. 아이를 낳는 것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엄청난 희생이 아니라 즐거움이 된다. 이럴 때만이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겨우 조금 늦출 수 있다.

일찍 죽는 것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오래 사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당해봐야만 안다면 얼마나 어리석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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