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호주제가 드디어 폐지되었다. 호주제가 폐지되던 날 많은 여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만세를 불렀다. 50여년의 가족법 개정운동사에 얽힌 일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회에 찾아다니고, 편지 보내고, 풍선시위하고…. 많은 여성들이 정치적 색채를 넘어서서 가족법 개정에는 한 마음이 되었다. 가족법 개정을 찬성한다는 이유로 갖은 험한 욕을 먹기도 했다. 그래도 가족법 개정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점점 불어났고, 몇 번의 개정을 거치고, 젊은 여성 운동가들이 조직적으로 합세하면서 가족법 개정운동은 '호주제 폐지'라는 최종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로 집중되었다. 17대국회에서는 여성 의원들 전원이 호주제 폐지를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드디어 호주제가 폐지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토록 요지부동이던 호주제가 정말 폐지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여성들은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희망을 발견하였다. “정말 세상이 변하는구나” “우리가 세상을 바꿔냈구나” 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2008년부터는 호주제가 아닌 새로운 신분공시제도에 의해서 살아가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법적인 차원에서 여성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고 남성도 우월한 기득권자가 아니다. 모두가 독립된 개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만나고 살아가야 한다.

호주제 폐지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독립적이고 평등한 세상에서의 사람관계는 새롭게 배워가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더 이상, 피해자도 기득권자도 아닌 평등한 입장에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 큰 과제이다.

법적인 차별이 사라진 이상 여성들은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안게 되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라는 종류의 핑계는 이제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쩌면 더 냉엄한 현실을 살아야 하는 부담을 안은 셈이다. 피해자에 대한 관대함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성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더 치열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평등한 세상의 여자들은 자신의 내실을 채우면서 책임감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뚝 서야 하는데…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자문해볼 때다.

남성들은 이제 더 이상 법적으로 기득권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법적인 차원에서는 남자라는 이유로 더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 이런 점에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반발하는 심리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평등한 세상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은 진정 함께 가는 동행의 기쁨을 맛보는 일이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로, 파트너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