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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순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미취학 아동에게 지식교육은 필요할까”라는 쟁점이 대두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학자들도 이런 저런 예를 들며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해답은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의 자녀교육 상황은 마치 이 논쟁이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상식적으로 접근해 보자. 왜 4~5세도 아니고 8~9세도 아닌 6∼7세 쯤에 학교에 입학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졌는가. 굳이 피아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6∼7세부터 아동의 인지발달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 시기부터 지적인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미취학 아동들의 인지 발달은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능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을 때의 학습은 자칫 아이를 탈진시키고 자신감을 잃게 할 뿐 아니라, 인지능력이 높아졌을 때 무한하게 채워 넣어야 할 그릇을 작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지능력에 걸맞지 않은 학습의 경우 역효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조금 앞서 가르치려다 낭패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부모의 과욕과 허영이 개입되면 상황은 더더욱 악화된다.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아이는 숫자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글씨 쓰라는 말만 들어도 두통이 날지 모른다. 어떤 부모들은 “밑져야 본전인데 시켰다가 못 따라가면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조기 선행 학습을 시도하는데, 이럴 때 아이가 받아들이지 못 하면 본전이 아니라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루소의 교육고전서 에밀은 이러한 측면에 대해 놀랍도록 예리한 지적을 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체험을 통한 감성의 함양과, 손과 발 그리고 몸을 기민하게 놀릴 수 있는 능력,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서 남들과 어울려 기본적 질서와 예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태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이다. 물론 모국어 관련 언어교육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읽고 쓰기가 아니라 듣고 말하기이다. 미취학 아동의 선행학습은 남보다 먼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먼저 시작하려는 과열 현상은 일찍부터 우리의 아이들을 지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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