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박명천 감독의 모 CF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고소영이 지나가는데 일반인이 힐끔 보면서 '화장발이야'하는 내용의 CF로, 연예인과 일반인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최근 25년째 장수하며 중장년층 위주로 진행되는 KBS 1TV의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당시의 충격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바로 두 명의 여성 참가자 때문이었다. 그들은 당차고 발랄하며 자신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매스미디어에서 유포하는 '섹시'아니면 '청순가련'일색인 고리타분한 이분법적인 여성상에 질려있던 나는 이런 건강한 젊은 여성들의 '정제되지 않은 실제 모습 그대로'를 TV에서 볼 수 있어서 유쾌했다.

정작 재미있는 상황은 이러한 '못말리는 두 아가씨'를 사회자가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두 여성은 모두 덩치가 컸고, 전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전혀 여성스럽지' 않았다. 중장년층 위주로 채워진 방청석도 난감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배꼽티를 입은 한 여성에게 사회자가 장기가 뭐냐고 묻자 “시키는 건 다 할 수 있어요”라며 '충격적'인 발언을 했고, 온 몸을 무대바닥에 찰싹 붙이고 기어가는 굼벵이 춤을 추기까지 했다.

나는 이 두 여성의 대담한 자기 표현이 단지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 하는 몇몇 참가자의 '개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두 여성을 본 후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본래 모습을 표출하는 장의 부족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연예인이 일반인과 구분되는 지점이 어디인가? 그것은 특이함, 평범하지 않음이다. 이 두 여성을 통해 보았듯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의 경계가 흔들리는 현상은, 일반인들의 자기표현의 욕구가 그만큼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개인들의 넘치는 자기표현의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표현의 의지로 충만한 젊은이들이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다분히 중장년층 지향적인 프로그램에 출현하고 있는 현실을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젊은이들이 이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장을 얼마나 제한적으로 경험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한다.

정필주 /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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