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전장관 등 여성계 인사들 국회 현장 지키며 감격 나눠

~a2-1.jpg

국회는 3월 2일 본회의를 열어 호주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투표에는 재적의원 296명중 235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161, 반대 58, 기권 16표를 기록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호주제 폐지, 평등세상 만세!”

3월 2일 오후 5시 32분 국회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되자, 본회의장 앞에 마련된 TV로 국회 방송을 지켜보던 20여명의 여성계 인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예정시간보다 2시간 30분이나 늦게 시작된 데다, 민법개정안이 안건처리 순서에서 뒤로 밀리는 바람에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강금실 전 장관에 자축 전화

이날 국회에서 TV로 본회의 현장을 지켜보던 여성계 인사들 중 가장 눈에 띈 사람은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이었다. 그는 “집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 이렇게 나왔지만 아직도 마음이 떨린다”며 기자회견 장소까지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가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정말 감격스럽다. 오늘 낮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며 함께 자축했다. 강 전장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호주제 폐지가 현실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변했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호주제 폐지가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의 감격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어 국회를 찾았다”며 운동을 함께 벌였던 고 이태영 박사, 고 이우정 의원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김상희 여성환경연대 상임 으뜸지기는 “이제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을 느낀다”며 “정말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변한다는 점이 감격스럽다”고 강조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 수월하게 17대 국회에서 통과될 듯 했는데, 본회의장에 안건으로 오르기까지 애를 많이 태웠다”며 “호주제로 고통을 받았던 많은 가족들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편한 것 달고 다니지 말고 떼라”

본회의장에서 호주제 폐지 반대 토론자로 나선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호주제 폐지는 가족 폐지를 의미한다”며 “부모 자식의 성을 마음대로 바꾸고 김씨 손자를 박씨로 만드는 것이 호주제 폐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일부 여성들 의견에 질질 끌려 다니는 못난 남성들은 부끄럽지도 않냐”며 “불편한 것 달고 다니지 말고 떼버리라”고 일갈했다.

김학원 자민련 의원도 “부모 합의에 따라 자녀의 성을 마음대로 따를 수 있게 하는 조항은 남녀평등과는 상관이 없는 독소조항”이라며 “성을 자유롭게 따르게 할 경우 형제 친척관계가 정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남 국회의원들 “새 신분제에 기대”

국회 여성위원장인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은 “호주제 폐지를 통해 개인의 온전한 존엄과 평등이 보장되는 가족관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며,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이런 정신에 입각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관습과 제도의 철옹성 같은 장벽을 향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외롭고 힘든 싸움을 전개해온 많은 분들의 노력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부계 중심의 가족개념은 부계와 모계를 평등하게 포괄하는 양성평등적 가족개념으로 대체되고 기존의 호적부 대신 들어서게 될 새로운 신분등록부는 호주제 폐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왜 없애나” 일부 취재기자들 불평

국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이었다. 곽 소장은 호주제 폐지의 의미를 묻는 남성 기자들에게 선생님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곽 소장은 “호주제 폐지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녀 중심의 사회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 때문에 고립되고 고통받은 사람들의 권익이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성계 인사들이 앉아있던 자리를 찾아와 사진을 찍던 남자 사진 기자들 중에는 “호주제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젠 '여성의 빈곤화' 해결 총력”

여성계 인사들은 호주제 폐지 이후 주요한 여성 의제들을 즉석에서 토론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를 '여성의 빈곤화'로 꼽았으며 이밖에도 '평등한 가족문화 형성''이주여성 노동자''성적 소수자(레즈비언) 인권''재생산권·건강권'문제 등이 향후 이슈로 다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현선 기자

sun5@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