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

숙명여대 정법대학장

옳고 그름을 따질 때자유는 일방적이고 타협할 줄 모르는독선이 되기 쉽다

우리는 나 편하자고 남을 밀치거나 남한테 잘해 준다고 그 사람 의사도 안 물어 보고 무조건 잘해 주거나, 혹은 옆 사람하고 편먹고 싫은 사람을 감옥에 보낼 수는 없다.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군다고 해서 내가 그를 처벌할 수 있다면 나보다 힘센 사람에 대해서는 어쩔 것이며, 이 상황은 힘의 크기 때문에 불공평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당히 불안할 것이다.

자유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의 의지에 복종하기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이며 나의 자유를 크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요구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런 나의 자유가 다른 이의 입장에서 보면 구속일 수 있다. 자유를 누리며 산다는 것이 무조건 내 뜻대로만 한다는 것이 아니듯이, 또한 남의 생각이나 행동이 항상 나를 구속한다는 뜻도 아니다. 외딴 섬에 혼자 있지 않는 한, 내가 자유를 향유하듯이 다른 사람도 나와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남의 자유가 나의 자유의 경계라는 것을 대충이 아닌 정확하고 진지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사람들 사이에 협의와 조정이 중요한 정치적 기능이 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우리가 합의한 자유의 내용이 우리를 정당하게 구속한다. 민주적인 절차에 따르면서 우리는 합의의 방식에 대해 동의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격을 법으로 정해 놓았고 그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 경합해 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대표자들을 통해 관여한 것은 그 자격 요건과 선출의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이 요건과 방식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자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향유 방식은 바뀔 수 있다. 국가가 빈곤이나 외부 공격의 위협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 왔다면 위협의 감소 혹은 소멸과 함께 개인의 자유와 자율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혹은 특정 집단의 불만이나 불편함으로 일일이 자유의 내용에 시비를 걸면 한 순간도 합의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정의감을 토대로 해야만 그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자유는 개인에게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정치적 현상에서는 냉정하고 긴장감을 주는 가치이다.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허술한 연대감을 다잡고 자유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겠다는 그의 의지를 '자유'라는 단어의 과용으로 표현했다. 불안과 빈곤으로부터 해방될 권리,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하고 권력자를 향한 총체적인 충성을 강요하거나, 그로 인해 인간성 존중이라는 인류의 궁극적 목표를 망치는 국가에 비난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자유는 옳고 그름을 따질 때 일방적이 되기 쉽다. 일방적으로 선언된 자유의 내용은 타협할 줄 모르는 독선이 되기 쉬우며 다른 입장에서 내 놓는 다른 해석의 공격을 받게 된다.

자유는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를 높여주는 것이지만 교만함이나 편협함이 아니라 정의감을 공유하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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