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수전 손택의 대표적 평론집

대중·평판 호평 속에 20세기 사진논쟁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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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매일 마주치는 지저분한 시내버스를 찍은 사진 한 장이 '작품'이라는 명분으로 고가에 팔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던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정도로 '예술이냐 아니냐'가 사진이라는 표현방법에 대한 가장 뜨거운 논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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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계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에세이 작가이자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은 새로운 문화 스타일과 감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2004년 12월 28일 72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작가이자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은 이러한 사진예술의 가공할 위력에 주목해 '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를 썼다. 그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당연하여 예술 같지도 않은 것-아직까지 한국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에 얼마만큼 지배되어 있는지 포착해 냈다.

명석하고 진보적이던, 미국 지성의 최고봉으로 꼽히던 손택이 사진의 본성에 대해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72년에 열린 다이안 아버스의 회고전에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사진 이미지의 엄청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든 피사체를 사진 중앙에 대칭적으로 배치해 기괴한 분위기로 유명해진 아버스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손택은 유대교의 신비주의를 바탕으로 한 아버스의 사진에 대해 '사진 속의 피사체가 우리의 감정을 갈기갈기 찍어놓은 듯한 데 반해 그 분위기는 냉정하고 무미건조할 만큼 정중하기 때문에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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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이 사진비평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여성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의 작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67년작 '쌍둥이', 70년 작 '무제', 66년 작 '집에서 퍼머용 클립을 끼고 있는 젊은이'.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초현실주의자처럼 현실을 몽타주하고 역사를 생략해 버린다는 것이다'와 같은 그의 주장들은 당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9·11 테러나 이라크 전쟁과 같은 가공할 실제 사건들을 안방에 전달하는 이미지들이 결국에는 현실을 편집하는 역할을 하면서 대중을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오늘날 그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마치 활어처럼 실제로부터 생생하게 건져 올려졌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진의 특성이 실상은 '타인의 고통을 도외시하도록 하고 죽음을 부당한 재앙으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진의 등장과 더불어 이제는 이미지의 생태학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가올 미래에는 사진의 등장과 함께 실제 사물과 이미지까지 다룰 수 있는 생태학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77년 출판된 이 책은 대중과 평단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20세기 주요 기록매체였던 사진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손택은 88년 국제펜클럽 미국 지부 회장으로 방한해 당시 구속 상태였던 고 김남주 시인의 석방을 위해 구명운동을 펼쳤고 9·11 테러 당시 부시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비판이 불가능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슬퍼하되 정치인들에게 바보 취급당하지는 말자'고 발언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2004년 12월 전투적인 생을 마감했으나 그가 남긴 저작은 인간과 세계 사이에 침입해 자연스러운 소통을 방해해 온 사진 이미지처럼 카메라와 우리의 이미지에 대한 욕구 사이에 끼어들어 신선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시울 /1만6500원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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