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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탕은 물론 대구라는 생선을 주재료로 하여 끓인 탕이다. 누군가는 서울탕, 부산탕은 없는데 왜 대구탕만 있냐고 농담을 하는데, 대구 지방의 매운 육개장을 대구탕(혹은 대구따로국밥)이라고도 한단다. 흔히들 대구탕과 생태찌개를 헛갈리기도 한다.

생태는 명태의 다른 이름으로, 말리지도 얼리지도 않은 그냥 명태를 말하며, 말린 명태는 북어, 더덕처럼 마른 북어는 황태, 겨울에 잡아 얼린 명태는 동태라 하는 것은 상식. 오늘은 이 생태(명태)찌개의 영원한 라이벌, 대구탕을 소개한다.

서울시 한강로1가 삼각지에 가면 생대구는 아니지만 생대구탕 만큼 맛있는 대구탕집이 몰려있다(생대구와 그냥 대구탕은 분명 다른데, 보통 대구탕은 얼린 대구를 사용하며 얼리지 않은 대구를 사용했을 경우 반드시 '생대구'라 이름을 붙여 '우린 특별히 생대구라니까!'라는 생색을 내는 것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삼각지에 위치한 26년 전통의 '원대구탕'.

원대구탕의 메뉴는 매운탕, 지리, 생선 내장탕 세 가지뿐. 역시 전문점답다. 매운탕에도 곤이(알)와 애(간)가 충분히 들어있으므로, 내장을 먹기 위해 굳이 내장탕을 주문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가게는 오래된 역사만큼 허름하지만, 식사 때도 아닌 일요일 어중간한 오후에 아이까지 데리고 나온 가족, 등산을 마친 아저씨 부대, 연인 등 다양한 층의 손님들이 두 개로 나뉜 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식사시간에는 번호표 받고 줄 서서 기다리는 집이라고 한다.

매운탕은 넘칠 듯이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콩나물과 무를 밑에 깔고 대구 몇 토막과 곤이와 애 같은 내장을 넣고 그 위에 미나리를 충분히 얹었다. 기본 반찬은 무짠지와 함께 무친 아가미젓과 길쭉하게 썬 동치미 무 2가지. 아가미젓은 짭조름하니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아가미젓은 150g당 1000원에 판매도 한다).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을 먹으니 몸 전체가 후끈해진다. 조미료 맛이 다소 느껴지지만, 이 맛에 사람들이 몰리는 거구나 싶다. 알까지 밴 새하얀 대구살과 내장을 정신없이 건져 먹다 보니 어느 새 냄비가 비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쏘냐. “이제 밥 주세요”라고 말하면 아주머니가 남은 매운탕 국물에 김가루, 미나리, 들기름을 넣고 밥을 들들 볶아준다. 이 볶아주는 밥은 별도가 아니라 매운탕 가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집에는 곰살맞은 서비스는 없지만, 일하는 아줌마들이 정신없이 오가는 와중에도 손님들 테이블에 뭐가 비었나를 살피면서 “이거 더 시킬거죠?” 라며 먼저 알아서 챙겨 주는 배려는 있다.

위치 : 삼각지 로터리 우리은행 앞.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6호선 삼각지역 13번 출구

전화 : 02-797-4488

영업시간 :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

메뉴 : 매운탕, 지리, 생선 내장탕 모두 1인분에 6000원(포장은 2인분부터 가능)

이지영/브라운 메뚜기(조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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