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화·자율성 등 시민사회 가치 향상…비정규직·민생·국민통합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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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은 참여정부 2년을 맞아 각계 여성 인사 10명에게 그동안 정부가 보여 온 여성정책 기조와 그에 대한 평가, 향후 정부에 바라는 점 등을 간략하게 들어봤다. 그 결과 여성들은 성매매방지법 제정과 호주제 폐지 추진, 성주류화 정책의 초석을 다진 점 등을 참여정부 2년 동안의 성과로 들었고, 실업률 증가와 비정규직 양산, 빈부격차 등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불안과 양극화 현상을 실정으로 꼽았다. 민생 챙기기와 국민통합에 대통령과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높다.

참여정부 2년에 대한 여성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성계의 숙원인 호주제 폐지에 대한 새 신분제 논의가 본격화됐고,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돼 성매매를 범죄로,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보는 인식이 확산됐다. 여성부로 이관된 보육정책은 실효성 있는 내용과 집행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성별분석영향평가 지침이 올해부터 각 부처에 시달되는 등 여성정책이 안정화,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여성계에 보육정책 강화와 여성인재 활용, 정부 요직에 여성을 배치하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

재작년 여성주간 기념식에서 노 대통령은 “4.8%에 불과한 5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을 3년 이내에 10% 수준까지 늘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국가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의 공약이던 공보육 강화는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관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노 대통령이 보육의 국가·사회 책임을 강조하며 대선 당시 “아이를 마음놓고 낳으십시오. 노무현이 키워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공약을 이행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초 여성계가 준비한 신년 인사회에서도 보육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2007년에는 여성 장관 수를 회복하겠노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보수적인 권력 기관에 진보적 인사와 여성을 전격 발탁하는 등 개혁 성향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김영란 대법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강 전 장관은 서열 중심의 검찰 조직에 개혁 바람을 몰고 왔고,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첫 여성 법제처장으로 임명된 김선욱 법제처장 역시 법조계의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인사 관행을 '코드정치'라 평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민생챙기기와 국민 통합 노력이 미흡했다는 질타를 보내기도 한다.

여성계로선 지난 2년간 이뤄진 법·제도상의 개선에 이어 문화적, 의식적 차별 개선이 향후 어떻게 정책으로 펼쳐질지 여성정책의 내실화 부분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여성인사 10인 참여정부에 바란다

“여성가족부 확대·개편 순항 노력을”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 새 신분제도 안을 만들고 있는 만큼 민법상 남녀평등, 양성평등 방향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많았다. 기타 여성권익 관련 성주류화 정책도 가시화됐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인 통합과 균형은 아쉬웠다. 처음 1년보다는 점점 안정되고 국민들을 통합하려는 의지가 보이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미흡하게 생각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확대·개편은 현 정부의 으뜸가는 정책이다. 21세기에 맞는 가족정책을 입안해 달라.

“가족보호노동 사회화 대안 제시를”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할 때 초기 홍보는 미흡했지만 일관성 있게 법 제정을 추진한 점은 성과다. 그러나 여성의 빈곤화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했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일자리 확대를 비롯해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아야 한다. 가족 안에서의 평등을 위해 가족보호노동을 사회화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여성인력 개발·확대 정책 필요”

박현정 삼성화재 상무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 수렴의 절차가 부족했다. 목적이 옳았다 하더라도 추진하는 방법상의 문제가 있었다. 일회성 선거용 구호가 아닌 진정한 여성인력 개발과 확대를 정책으로 구현해 주기를 바란다.

“진보·보수 떠나 폭넓은 의견수렴을”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 부분적으로는 잘 된 것이 있지만 전체 여성정책의 그림이 없이 왔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분은 답보상태다. 성매매방지법도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정체돼 있다. 법을 실효성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이 진보, 보수를 떠나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했으면 좋겠다. 여성부 또한 여성단체들과 소통을 많이 하길 바란다.

“경제 여성리더 확대 인센티브제를”

은방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초기 여성장관을 네 명 임명하고 고위직에 여성들을 등용하려 했던 점은 잘했다고 본다. 또 부정부패 공무원 색출, 정경유착 고리를 끊으려 했던 점 등 개혁 면에서 큰 흐름은 잡았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치중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다. 앞으로 경제분야, 국영기업 등의 경영직에 여성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제를 시행해 달라.

“여성이 맘껏 일할 수 있는 장치를”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여성 1호가 많이 나오면서 여성인력 활용 의지를 보였고, 실제 여성 장관이 축소됐다가 다시 두 명이 됐다. 그러나 2년 동안 여성 인력이 실제 일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한 투자는 약했다. 보육정책의 경우 정부가 초기 과정에서는 힘을 실어줬지만 정착 과정에서는 시행착오가 있을 듯하다. 또한 참여정부라면서 인사 문제에 난관이 많았다. 앞으로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구조와 장치를 마련해 달라.

“다양한 경제전문가 활용 경기부양을”

이인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고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한 점은 잘했다. 그러나 경제 정책에 역점을 두지 못했다. 경제 전문가를 다양한 분야에 많이 활용해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펴달라. 여성 고위 인력을 더 확대해 주길 바란다.

“지자체 여성제도 개선에 역점을”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각 위원회에 여성 비율을 확대하는 등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한 점은 성과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만들어 차세대 여성지도자를 키울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다. 여성 장관이 처음에는 네 명이었는데 줄어든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관련 제도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앞으로 중앙에서 이뤄진 제도 개선들이 여성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강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빈부격차 최소화 위한 노동정책을”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

제도적인 민주화 과정 정착과 지방분권 추진, 당정 분리 등은 참여정부 2년의 성과다. 집 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도 잘했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대안과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란 기본 기조로 근로 빈곤층이 양산되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여성 충분히 고려한 출산장려책을”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고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점, 제도 정비의 노력은 인정한다. 인사청탁제도 등을 바꾸고 기득권, 주류의 권력 독점에서 비주류의 진입과 권력 이동이라는 사회 형평성에 있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활성화는 바닥 수준이다. 빈부격차만 심화됐다. 정부 측이 이념 대립과 양극화를 부추기고 조장한 점이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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