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속으로 들어간 길의 공간 '쌈지길'
길 속으로 들어간 길의 공간 '쌈지길'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ㅅㅌ'ㅁ'자 형 마당, 나선형 순환구조, 길 따라 걷는 맛 솔솔

전통미 현대미 살린 70여개 상점 길가는 사람 눈길 끌어

~b6-1.jpg

전통의 멋을 뽐내는 상품들이 진열된 가게가 지나가는 손님들의 발목을 잡아 끈다.

최근 인사동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곳인데 인사동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들어가 버리게 되는 마력의 공간이다. 어느 새 문을 연 지 두 달이 돼 가는 '쌈지길'이 바로 그곳이다. 애초에 설계 당시부터 원래 자리에 있던 건물에서 나온 건축 자재를 활용하자는 주의로 지어졌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건물인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인사동 거리 풍경과도 잘 동화돼 있다. 건축가 최문규씨는 “쌈지길이 이름처럼 길의 의미, 사람들이 걸으며 만나고 이야기하며 느끼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며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건축가의 바람대로 쌈지길은 'ㅁ'자 형의 마당을 중심으로 나선형, 순환형 구조로 길이 나 있다. 건물 안에 들어와서도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 즐거움은 계속된다.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구성된 쌈지길에는 모두 70여개의 상점과 갤러리, 식당이 있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가게마다 뽐내는 개성 넘치는 상품들을 볼 수 있다. 쌈지길은 층마다 순수 우리말을 사용한 독특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젊은 층에게 인기 많은 캐릭터 상품과 야생화 화원, 퓨전음식점, 갤러리 쌈지 등이 위치한 지하는 '아랫길'로, 지상은 층별로 '첫걸음길''두오름길''세오름길''네오름길'로 나눠 부른다. 처음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에서 첫걸음길로 정한 1층은 인사동길과 탁 트여 있는데 쌈지 매장을 비롯해 나니쇼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현대적 공예작품 상점이 들어서 있다. 첫걸음길부터 나 있는 나선형의 비탈길을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2층 두오름길이다. 사람의 발길과 눈길을 끄는 곳은 입구에 위치한 녹차전문점 '세이지'. 이미 이화여대 앞에서 '맛집 멋집'으로 인정받은 곳이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와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퓨전 메뉴가 입맛을 돋운다. 세이지를 지나면 현대공예작가들의 공방성격이 강한 매장과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세오름길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상설전시장과 갤러리 숨, 그리고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민화무늬 천을 이용한 핸드백, 자수가 놓여진 비단으로 만든 커튼, 한복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린 생활한복 등 '우리 것이 정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부쩍 들게 만드는 상품들이 가득하다. 맨 위층인 네오름길에서는 인사동 거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쌈지길이 인사동 거리에 새로 들어선 대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인사동의 풍취를 해치지 않는 데는 전통의 멋을 강조한 가게들 덕분이다. 쌈지길의 장해령 홍보팀장은 “상점 입점 과정서부터 인사동 거리와 어울리는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업체 위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b6-2.jpg

가게에 진열된 상품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 되기도 하고 벽면 곳곳에 '쌈지 스타일'로 그려진 벽화들 때문에 쌈지길에는 유난히 사진을 찍는 디카족들이 눈에 많이 띈다.

쌈지길은 인사동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관광가이드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이마다 나오코(36)씨는 “평소 한국의 전통공예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이드북에 소개된 것을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정림 기자ubi@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