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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혜연, '사랑'(2004)

미술관장이란 직업의 매력은 무명의 예술가를 발굴해 그의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거름을 주는 일이다. 이른바 필(Feel)이 꽂히는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란!

원혜연 작가와의 첫 만남도 그랬다. 감성의 더듬이를 앞세우고 인사동 화랑가를 헤집고 다니던 중 우연히 한 전시장에서 그녀의 그림과 조우했다. 생면부지 화가의 작품이 낯가림이 심한 내 가슴에 빗물처럼 스며들었다. 그녀가 캔버스에 바른 것은 물감이 아닌, 미세한 영혼의 떨림과 쌉쌀한 고독의 냄새, 예술 혼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치열함이었으니. 혹 지나친 편애라고 느낄 독자들을 위해 여기 그녀의 그림을 소개한다.

보드라운 강보에 쌓인 두 남녀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연인들은 살벌한 바깥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와 사랑을 이불처럼 휘감은 채 둘만의 내밀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을 감고 있는 천은 강보이다. 강보란 무엇인가? 갓난아이가 태어나기가 무섭게 아기의 몸을 보호하고 감싸주는 사랑의 천이 아닌가.

화가는 사랑이란 이렇게 상대를 강보처럼 넉넉한 품안에 꼭 안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녀는 필경 더운 가슴을 가졌으리. 사랑을 잃고 영혼의 추위에 떠는 현대인들을 이렇게 강보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을 보면….

추천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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