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파 배우 추상미의 무대 장악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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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연극계는 여배우들이 장악했다. 추상미가 '프루프(Proof)'로 흥행몰이에 나섰고 뒤를 이어 윤석화가 '위트'로 여배우 시리즈의 첫 번째 막을 열었다. 이항나는 여성주의 연극 '바람의 키스'로 오랜만에 무대를 밟았다.

세 작품 모두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원작을 토대로 한 번역극으로 강한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 가는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중에서 추상미의 '프루프'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그린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연극 버전이기 때문이다.

'프루프'는 '천재 수학자 존 내시에게 딸이 있었다면?' 또 '그가 증명해낸 불가능에 가까운 수학증명이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 것이라면?'이라는 매우 위험하고도 흥미로운 가정으로 시작하는 연극이다.

천재지만 정신병을 앓은 수학자 로버트(최용민)와 그를 돌봐온 딸 캐서린(추상미), 로버트의 제자 할(최광일),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추귀정) 등 네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극이 진행된다. 원작자 데이비드 어번은 수학증명처럼 논리적이고 명료한 대사들을 통해 수학 공식보다는 인간관계의 함수가 더욱 중요한 것이 현실임을 환기시킨다.

'프루프'의 무대는 아버지 로버트의 장례식 전날 밤에서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바로 캐서린의 25번째 생일날. 캐서린은 아버지의 제자이자 자신의 애인인 할에게 100여권의 노트 속에 담긴 수학증명을 넘겨준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언니 클레어는 동생 캐서린을 정신병원으로 보내려고 한다. 문제는 캐서린이 아버지의 연구결과가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지성파 배우로 인정받는 추상미가 연기한 딸 캐서린은 극 전체를 이끌어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유지하는 캐릭터다. 동시에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중에서 그가 토해내는 “난 천재야, 여자 천재 수학자! 그런데 웃긴 건, 내가 여자라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거야”라는 대사는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연극배우였던 아버지 고 추송웅씨로부터 '천재성을 물려받은 딸'이라는 점에서 추상미 만큼 캐서린에 적역인 배우도 없다. 그는 이 작품에 임하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면서 “배우로서 필수적인 예민한 감수성, 문화예술에 대한 마음자세 등을 물려주신 것에 감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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