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개국 중 한국 68위…우리사회 실질적 남녀평등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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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여성부

여성정책총괄과 과장

지난 90년대부터 세계화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그런 세계화의 한 가지 현상으로 각종 국제기구나 단체들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각 국가의 다양한 역량을 측정하여 순위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비교지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경쟁력 분석 및 국제평가지수 제고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 관리대상 지표에는 각종 경제 분야 경쟁력 지표와 부패, 신용평가 등 16개가 있는데, 이 중 여성권한척도(GEM, Gender Empowerment Measure)가 포함된다.

여성권한척도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발간하는 인간개발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는 지표로서, 한 국가의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에 진출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여성권한척도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여성 행정관리직 비율, 여성 전문기술직 비율, 남녀소득격차 등 네 가지 요소를 각각 3분의1, 6분의1, 6분의, 13분의1의 비중으로 환산하여 측정한다.

지난 2004년 인간개발보고서에 수록된 여성권한척도 국제순위에서 한국은 78개국 중 68위를 차지했다. 2005년 순위산정 때는 17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 13%가 반영되어 한국의 순위상승이 기대된다. 하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 13%는 세계 평균인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아직도 하위권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네 가지 평가요소 중 정부의 의지와 제도 개선으로 단기간 일정률의 상승이 가능한 유일한 요소이다. 세계적으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거의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정당차원의 여성할당 등 '특별한 노력'이 직접 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른 세 가지 평가요소들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로서는 인위적인 단기간 상승이 불가능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2003년 한국에서 총 597명이 해당한 행정관리직은 공무원이라면 국장급 이상, 기업 경영자 이상 등을 포함하는데, 이 중 여성은 35명으로 6%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한국의 여성 참여 비율이 34%로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것은 전문기술직이다. 이 분야에는 교사, 간호사 등 여성이 선호하는 직종이 포함된 결과이다. 남녀소득격차는 남성소득을 1로 볼 때 여성소득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0.46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50%를 밑돌고, 남녀소득격차가 큰 상황에서 이 요소 역시 급격히 향상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성권한척도가 중요한 지표로서 특별히 관리되는 이유는 척도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가 우리사회가 달성해야 할 실질적인 남녀평등 수준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사회적 진출이 차별 개선의 차원을 넘어 동등한 능력에 대한 동등한 대우의 수준으로 정착될 때만 지표의 눈금이 눈에 띄게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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