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양·아동보육 일손 '사회화'로 풀어야

가정·직장 병행할 친가족적 고용환경 절실

① 선결해야 할 과제들

② 가족정책 현안은

③ 선진국 가족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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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등 돌봄 노동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자체를 불안정하게 하고 노동시장에서 주변적, 제한적 지위를 갖게 하며 결과적으로 여성의 빈곤을 낳는다는 점에서 시급히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최근 들어 제기되는 '가족해체'주장은 전통 가족을 토대로 한 가족의 역할, 정의가 급변하는 현실의 가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이혼율과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가족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93년부터 2002년까지 우리 나라 결혼대비 이혼율은 14.7%에서 47.4%로 3.2배 증가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0년 42.8%에서 2002년 49.7%로 16.1% 증가했다. 그러나 취업한 기혼여성 가운데 빈곤층 한 부모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2년 이혼·별거한 여성 한 부모 가구주의 35.4%가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고, 차상위 계층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치는 50.6%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가족의 변화와 맞물려 한 부모 가족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 부모 가족의 경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초등학교 방과후교실, 청소년 시기의 적절한 문화 공간 등 다양한 보호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모부자복지법의 수급 기준이 최저생계비보다 높아 혜택을 받는 한 부모가 적다”며 “관련 법들을 개정해 아동양육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는 모부자복지법의 개정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반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가족에 대한 돌봄의 책무다. 돌봄 노동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자체를 불안정하게 하고 노동시장에서 주변적, 제한적 지위를 차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여성에게 가중됐던 노인 돌봄에 대한 사회화 요구가 뜨겁다. 전문가들은 노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아이 돌봄은 여성부의 보육업무 이관 등으로 공보육 강화에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된 반면 노인에 대한 부양은 여전히 가족 내 여성의 노동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효(孝)'로 뒷받침되는 부계 가족제도가 아직까지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가장 심각한 가족문제와 당면한 가족정책 과제는 노령층 증가와 노인부양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의 '2003 전국가족조사'에 따르면 현재 노인 돌봄은 절대적으로 가족, 특히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있어 주요 담당자는 노인환자의 며느리가 42%(사위 0.9%), 딸과 아들이 합해 15%로 돌봄노동이 '여성화'된 노동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양을 필요로 하는 장기요양 노인의 주된 간병자는 며느리(38%), 배우자(35%), 아들(12.5%), 딸(8.7%)로서 여자가 74.3%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김혜경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 돌봄노동을 행하는 여성들에 대한 지원 방식은 이제부터 논의가 시작”이라며 “직장 내 노인 부양을 위한 휴가제 도입과 지역 사회의 보호시설을 시간제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송다영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남성 생계부양자'구조에 의해 남편을 통한 간접적인 경제적 접근권을 가지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무급 돌봄노동은 복지수급권 성립이 안 된다”며 “가족 내 노인부양의 역할공유, 장기요양 보호를 위한 유료간호휴가제, 탄력적 고용제 등 친가족적 고용환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여성단체연합 박차옥경 부장은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 돌봄노동이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사회화될 경우 여성들이 주로 진출해 저임금, 비정규직에 몰리는 등 돌봄노동의 '여성화'가 반복될 우려를 전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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