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삶 사는 50세 여교수 연기…'덕혜옹주'이후 10년 만에 삭발로 화제

~b-1.jpg

이기태 기자 leephoto@womennews.co.kr

“난 원래 강한 사람입니다. 도전을 피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강남 연극 부흥 프로젝트 '여배우 시리즈'의 첫 타자로 '위트'(원제 Wit, 마가렛 에드슨 원작, 이희준 역, 김운기 연출)를 무대에 올리는 윤석화(50). 그는 난소암으로 죽음과 직면한 주인공 비비안을 연기하기 위해 생애 두 번째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95년 '덕혜옹주'를 위해 삭발한 지 딱 10년 만이다.

깨끗한 하얀 피부, 고운 얼굴만 본다면 그녀가 벌써 데뷔한 지 30년이 된 고참 여배우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단지 하얗게 새어버린 짧은 머리카락만이 그녀가 살아온 시간을 말해주는 듯했다. “배역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염색도 하지 않았다”는 그녀는 현실에서도 이미 '비비안'이었다.

“'덕혜옹주' 때는 한창 신혼이어서 남편에게 미안했는데 이번에는 아들 수민이에게 미안하네요. 어떤 분장을 하더라도 엄마를 알아보니까 괜찮겠죠? ”

윤씨가 연기하게 될 비비안은 17세기 영국의 형이상학파 시인 존 던을 가르치는 명망 높은 대학교수. 50세가 되도록 결혼은커녕 변변한 친구 하나 없는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다. 그런 그녀가 난소암에 걸린다. 자신을 환자가 아닌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생각하는 의사들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보게 되고 점점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다시금 삶의 의미, 진정한 자유를 깨닫는 인물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극중 비비안 나이와 동갑인 윤씨는 “'삶에 대한 치열함'이 비비안과 나의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74년 '꿀맛'데뷔, 월간 '객석'과 정미소극장 운영 등 폭넓은 활동

74년 '꿀맛'으로 연극무대에 데뷔해 30년 연기인생 동안 '단맛 쓴맛' 골고루 맛본 그다. 85년 '신의 아그네스'로 '윤석화'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널리 알렸고 92년 10개월간 장기공연을 가졌던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만큼의 사랑과 격려를 다 받았다.

95년에는 '덕혜옹주'를 통해 무대 위 여배우가 투사가 될 수도 있음을 관객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했다. 이후로도 '명성황후''나, 김수임''마스터클래스''바다의 여인' 등 30년 연기인생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무대에 선 윤석화. 그는 “현실 앞에서, 무대 위에서 치열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메마른 여교수 비비안 통해 '죽음'의 새로운 세계 보여줄 터

“이번 작품의 주제인 '죽음'을 통해 진정한 자유, 쉼에 대한 의미를 배워가고 있어요. 치열한 생애 한가운데서 직면한 죽음이 자유에 이르는 또 다른 통로라는 것을요. '위트'는 치열했던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쉼표가 될 작품이에요”

그는 이에 덧붙여 “죽음을 그리고 있지만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삶 속에 존재하는 유머, 위트가 배합돼 아름다운 죽음이 곧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죠. 즐겁게 보다 보면 끝날 때쯤 가슴이 아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연극을 통해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의 영혼을 체험한다”는 그는 여전히 생활 속에서, 무대에서 치열함을 잃지 않는다. '위트'로 '여배우시리즈'의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 놓고 정미소극장으로 가져가 앙코르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박건형이라는 스타를 배출하며 흥행몰이를 했던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도 다시 무대에 올린다. 5년만 맡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넘겨 맡은 지 6년째인 월간 '객석'도 안정궤도에 올려놓을 생각이다.

아들 수민과의 정서적 호흡 시간 무엇보다 소중해

지난해 그는 아들 수민이를 입양하며 겪은 놀라운 삶의 이야기를 묶은 책 '작은 평화' 를 냈다. 여배우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윤씨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가 써내려간 책이다. 아들 수민이의 성장과정과 함께 곁들여진 아름다운 글들은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윤씨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올 한 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나 경영자로서요. 내년부터는 안식년을 가지려고요. 수민이가 네 살이 되거든요. 정서적 교육이 중요한 시기래요. 가족과 많은 시간 보내야죠”

공연일시: 2월11일∼3월27일, 수 오후8시/ 목금 오후3시, 8시/ 토 오후3시, 7시 일요일

공휴일 오후3시(월화 공연 없음)

관람료: VIP석 5만원 S석 3만원

공연장소: 우림청담씨어터

문의: 02-569-0696

한정림 기자ubi@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