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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

여성학자·상지대 강사

성주류화(性主流化)는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지류(支流), 그것도 아주 작은 지류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져 온 여성-남성의 관계와 그에 얽힌 문제들이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깨닫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사회적 실천의 흐름 한가운데 위치지으려는 노력이다. 그것은 성평등의 가치를 우리 사회를 흐르는 큰 강줄기의 하나로 만들고 그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입안자들이 젠더라는 요인의 중요성을 알고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단계마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한참 뒤쳐져 있다. 성 주류화는커녕 아직 여성정책의 개념조차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여성에 관련된 정책은 여성부나 여성정책 담당부서에서 전담하면 그만이 아니냐는 '울타리 치기', 여성관련 업무는 힘만 들지 공(功)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주변인 의식', 예산이나 인력이 얼마이든 여성담당 부서나 인력만 있으면 되지 않으냐는 '토크니즘(Tokenism)'. 이런 현상들은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해져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이 당연한 명제의 공유(共有)가 아직도 우리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일깨워 준다.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갈 때 참으로 불편한 것들이 많다. 밤거리의 가로등은 왜 그렇게 적은가, 학교 급식시간엔 왜 엄마들이 더 바빠져야 하는가 하는 일상적인 문제서부터, 대학교수나 정부 고위직 간부들은 왜 남자 일색인가 하는 조직문제, '농업노동력의 여성화'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데 왜 농업기술교육은 남성들이 주로 받는가, 65세 이상 노인은 여성이 훨씬 많은데 왜 연금 수급자는 남성이 압도적인가 하는 경제체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힘들게 하는 요소는 산적해 있다.

이런 일들은 여성정책 전담부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때로는 건설교통부서가, 때로는 자치행정국이, 또 어떤 경우에는 경제관련 부서가 나서야 할 일들이다. 사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여성 전담부서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올해부터 정책의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중앙부처와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각 부처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여성과 남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평가하여 문제가 있으면 정책을 수정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성별영향분석평가의 성공적인 실시여부를 가늠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여성정책 전담부서의 힘이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여성정책 담당 부서들이 이 새 사업을 확실하게 이끌어갈 만한 준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디 공직사회만 그렇겠는가. 민간조직은 물론, 우리 사회 대다수의 조직에서 여성관련 부서는 아주 적은 예산과 극히 소수의 인력, 그리고 그보다 더 적은 힘을 가진다. 성평등 가치의 광범위한 확산이 필요한 바로 그만큼 여성정책 담당 부서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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