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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운동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사람은 얼마나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뛸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의 육상 기록은 거의 인간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이제 더 이상의 기록 향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체육 선진국들은 선수들을 어린 나이에 발굴하여 이들이 좋은 기록을 내도록 온갖 수단을 다해 관리한다.

특정 분야의 신체조건을 갖춘 꿈나무를 발굴하여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으로 신체조건과 기술을 최상의 상태로 발전시킨다. 운동경기를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음식, 기분까지 관리한다. 여기에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운동복에 기록 향상에 도움을 주는 맞춤 운동화까지. 이제는 어느 가난한 나라의 천재적인 선수가 굶주린 배를 안고 맨발의 투혼으로 육상 세계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육상이나 수영 같은 개인 경기도 이젠 선수의 발굴·훈련·관리·감독, 첨단 운동화나 수영복 제작·개발 등의 과정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의 단체 경기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증가한 만큼 그 모든 것을 한 어깨에 짊어진 선수의 심리적 부담도 커지고, 이러한 중압감 때문에 근육을 키우는 약물복용(도핑)에 대한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

마라톤 선수는 산소소모 근육세포가 많다

마라톤 선수들이 지구력이 뛰어난 것은 근육에서 산소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내는 능력이 보통사람보다 높기 때문이다. 근육세포는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탄수화물을 이용하는 에너지 생산은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으나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는 산소가 필요하다. 근육에는 산소를 이용하는 세포와 이용하지 않는 세포가 섞여 있다.

마라톤 선수들은 산소소모 근육세포의 비율이 높다. 마라톤 선수들의 산소소모 근육세포는 전체 근육세포의 80%에 달하는 반면 보통 사람들의 산소소모 근육세포는 30∼40% 정도다. 선천적으로 산소소모 근육세포가 많은 사람이 마라톤 선수가 되면 유리하며 이 세포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늘어난다.

비만 치료 연구 위해 '마라톤 쥐' 생산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연구소에서 탄생한 '마라톤 쥐'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연구진은 쥐의 유전자 하나를 변형시켜 근육세포가 탄수화물을 이용하는 대신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했다. 이 쥐는 지속적으로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마라톤 쥐는 다른 쥐보다 쳇바퀴를 더 빠르게, 오래 돌릴 수 있고 보통 쥐보다 산소소모 근육세포가 더 많았다.

그러나 마라톤 쥐는 운동능력은 높아졌지만 그 대가가 혹독했다. 즉 근육 손상이 빨리 온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산소 소모량이 높아진 결과 부산물인 유해산소(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여 세포에 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마라톤 쥐를 만든 연구진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고지혈증이나 지방의 과다한 축적으로 인한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근육세포의 지방분해 능력을 증진시키면 체지방이 감소될 것이라는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서 마라톤 쥐를 만든 결과 산소소모 근육세포가 많아지고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부수적인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유전자도핑 현실성 극히 낮아…우려는 시기상조

마라톤 쥐와 같이 유전자를 바꾸어 '마라톤 인간'을 만든다는 '유전자 도핑'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방법이 사람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러한 연구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이렇게 가능성이 낮은 연구를 위해서 연구비를 지불할 기관도 없거니와 자기 장래를 걸고 가능성이 낮은 연구에 헌신하고자 하는 과학자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연구하려면 그러한 연구가 사람에게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자 도핑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황당한 것은 아니나 아직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문제이다.

글/나도선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자료/조선대학교 조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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