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예인·관람객은 공생하는 '먹이사슬' 관계로

책임 물을 수 있는 한계 있어

자신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남들이 훤히 꿰고 있고, 돌려가며 안줏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어느날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낄 것인가. 최근 '연예인 X파일'사건이 대중문화계에서 태풍의 핵으로 치솟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이 되기를 실제로 혹은 상상으로 꿈꾸고 있다. 성공한 스타는 이들 잠재적인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을 대리충족시켜 주는 욕망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어떤 젊은이가 스타로 등극했다면, 그는 이제부터 심각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어느 때건 어느 장소에서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이 있고, 자신에 대한 황당한 루머들이 대량으로 살포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항할 효과적인 방법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미디어 자체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그를 먹잇감으로 이용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묘한 이중성 자체가 대중문화계를 지탱하는 어떤 핵심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즉 연예인은 미디어에 의해 스타로 만들어지고, 동시에 동일한 미디어에 의해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미지가 추락한다. 관람객인 대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스타 연예인을 추앙하며 자신의 욕망을 대리충족하고, 동시에 그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비하하며 자기위안을 받고싶어 한다. 이렇게 본다면 연예인, 미디어, 관람대중 삼자 모두가 동일한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으며 서로의 이윤이나 욕망충족을 위해 상호 이용하는 모순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삼자는 상호생존을 위해 대중문화라는 전략적 시스템 안에서 상대적으로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연예인 X파일 사건'은 미디어 쪽의 '오버(과잉공급)'와 그에 대한 관람대중의 '성원(인터넷을 통한 광범위 유포)'에 의해 그 균형이 깨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당한 쪽은 연예인들뿐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분노하며 미디어를 성토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예인들이 미디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한계는 이번에 미디어가 과욕으로 인해 '오버'한 지점까지만이라는 점이다.

즉 예전의 모순적이고 기묘한 균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간다면 또 한번 그 균형을 깨뜨리게 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도덕성' 등의 잣대로만 판단하여, 이를 계기로 대중문화계를 '정화'하자는 일부 평론가들의 단선적인 주장은 미처 예기치 못한 또 다른 곤혹스러운 상황을 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a6-1.jpg

백상빈 정신분석 전문의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