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우일, 딸 은서 관찰한 '가족관찰기'로 인기 급상승

독특한 색감, 스타일로'이모의 결혼식'- 황금도깨비상 수상

특별한 삶을 살아갈 것 같은 예술가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간다. 연재기획 '예술가의 작업실'은 예술가의 일상을 통해 대중과 예술가 사이에 놓여진 거리감을 좁히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삶의 작업장'을 공개할 예술가는 젊은 동화작가 선현경(34)씨다. 그는 지난해 동화 '이모의 결혼식'(비룡소)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고 최근에는 만화 '가족관찰기'(뜨인돌)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리 아빠가 B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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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2층에 위치한 선현경씨의 작업실. 남편 이우일씨와 함께 쓰는 이 방은 딸 은서의 즐거운 놀이터이기도 하다.<이기태 기자 leephoto@>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택한 화가의 길. 하지만 나는 무용가가 되고 싶었다. 하늘하늘 나풀나풀거리는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고 싶었건만. 처음 구입한 무용복을 입고 집까지 걸어온 날, 나는 무용을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그림. 도예를 전공한 선생님 영향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도예라 굳건히 믿고 재수까지 해가며 홍익대 도예과에 진학. 미술학원에서 보낸 2년의 세월 중에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 이우일(35)과의 만남도 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도예가 아님을 깨달음과 동시에 내 흥미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쯤 아빠가 수술을 받게 됐다. 아니, 근데 우리 아빠 혈액형이 B형이었을 줄이야! 엄마는 A형, 쌍둥이 남동생 둘은 O형, 나는 A형. 우리는 그 때까지 아빠의 혈액형은 당연히 O형일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아빠가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도 가족 중 아무도 피를 줄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곳이 바로 우리 과. 예술가 기질이 넘쳐난다는 B형들이 득실대는 과에 SOS를 쳐서 아빠의 수술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그렇다.

나의 혈액형은 비록 A형이지만 예술가 성향이 짙은 B형 아빠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의 가족의 혈액형 구도를 보면 불같은 성질의 남편 이우일은 AB형, 예민한 감수성의 내 딸 은서는 B형이다. 또 서로가 서로에게 피를 줄 수 없는 가족이 되고 말았다)

길을 잃고 방황하다

도예과에 진학할 때까지 남편(당시 남자친구) 이우일의 방해공작이 심했다. 나보다 한 살 위면서 재수생활 선배인 그는 자신이 다니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 오라고 나를 무던히도 꼬셨다. 하지만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미술을 다시 시작할 때의 초심대로 도예과에 진학했지만 그것이 방황의 시작이었다. 불과 흙과 시간의 예술인 도예에 흥미를 잃고 유리공예로, 캐나다로, 밀라노로 떠돌았다.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 이우일이 남편이 되겠다고 한다. 나는 갈 길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백수인데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 있을까? 잠깐 고민하고 있는 사이 남자친구 이우일이 눈이 뒤집힐 만한 제의를 해온다. '신혼여행은 1년 동안 세계여행으로'. 갔다 온 뒤 두 권의 책까지 냈다. 물론 책이 나오기 전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지만 책을 내면서 내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삶 그 자체가 예술 아닌가?

결혼하자마자 아이 낳고 키우느라 정신없던 내게 남편이 된 이우일이 “만화를 그려보지 않을래?”라고 제의를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가족관찰기'다. 망가진 모습의 남편과 톡톡 튀는 감수성의 딸 은서를 관찰해 그린 이 만화 덕분에 인기 맛도 봤다. 이참에 용기를 내 예전부터 그리고 싶었던 동화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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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온 이야기를 독특한 감각으로 표현해낸 데뷔작 '이모의 결혼식'은 선현경씨에게 '황금도깨비상'을 안겨줬다.

그리스인과 결혼한 사촌여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첫 동화가 운 좋게도 큰 상(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선정 이유는 “그간 동화책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그림과 내용”이었다. 아이가 생겨 좋은 점은 아이 핑계로 보고 싶은 동화책을 실컷 사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화답게 신비롭고 상상으로 가득 찬 동화를 계속해서 쓰고 그리는 것이 내 예술인생의 목표다.

예술인생이라고 해도 내겐 정말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다. 도예가, 화가가 나의 친구들이고 그들이 만든 그릇을 싸게 구입해 밥을 담아 먹는다. 작업실을 가득 채운 책들과 장난감들, 그리고 사랑스런 인형들은 나의 예술적 동지다. 아!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등뒤에 앉아 열심히 만화를 그리고 있는 남편이자 만화가 이우일도 빼놓을 수 없는 예술인생의 동반자.

정리=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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