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밖에서 길을 만든 역사 속 여성 총망라

앤 허친슨, 해리엇 터브먼, 마릴린 먼로,

마더 테레사 등 2권에 담긴 서양여성 인물사

12세기 예언자부터 20세기 페미니스트까지…희귀 사진도 풍성

성직자·예술가·과학자·사회운동가 등 역사 속 여성자취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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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권한척도(GEM) 지수 세계 10위권의 미국에서조차 여성 대통령 후보를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힐러리 로댐 클린턴처럼 대단한 경력과 야망을 가진 여성이라도 다음 대선에서 실제로 당의 지명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힐러리가 용기를 얻을 만한 사례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있었다. 여성에게 선거권도 없던 1872년 당시 제3당이던 평등권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은 사람이 바로 빅토리아 우드헐이라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투표권과 1일 8시간 노동 등 혁신적인 정책들을 내세워 여성을 비롯한 비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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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미국에서 평등권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 받은 빅토리아 우드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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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 살지언정 자유를 지킬 것'이라며 18세기 페미니즘 선봉에 섰던 메리 울스틴크래프트.

'길 밖에서'와 '길을 찾아'(최애리 지음/웅진닷컴)는 중세문학번역가로 잘 알려진 저자가 2000년부터 관심을 가져온 작업의 결실이다. '오늘의 인물'이던 작은 연재물은 '세기의 여성'이라는 인터넷 칼럼으로, 그리고 다시 지난한 연구의 과정을 거쳐 두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기들처럼 성공한 삶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저자의 인물 선정 기준은 목적지에 다다랐는 지의 여부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갔느냐의 여부였으며 여성 위인전이 되기를 포기함으로써 하나의 고리타분한 전형이 될 수도 있을 위험을 피해갔다. 빅토리아 우드헐만 하더라도 그가 선거 당일 있었던 곳은 감옥이었다.

덕분에 책은 풍성해졌다. 종교의 자유를 찾으러 간 아메리카에서 허무하게 인디언에 의해 살해당한 앤 허친슨, 사생활의 추문 때문에 매장되어 버린 페미니스트 이론가 메리 울스틴크래프트, 요절한 실천적 노동운동의 대모 플로라 트리스탕,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 바이런 러블레이스, 물건과도 같았던 '노예의 새끼'로 태어나 수백 명의 노예들을 탈주시킨 흑인들의 모세 해리엇 터브먼, DNA 구조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동료에 의해 모함당한 로잘린드 프랭클린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들과 함께 마더 테레사, 마릴린 먼로, 조지아 오키프 등 잘 알려진 이들의 드라마틱한 인생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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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비행에 참가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노예신분으로 수백명의 노예를 탈출시킨 해리엇 터브먼.(아래 사진)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연대순 구성은 삶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과 함께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참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림과 사진들 역시 흥미롭다. 단두대에도 연단에도 오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던 최초의 여권선언 주창자 올랭프 드 구즈의 처형 장면 삽화, 의문의 실종사건 직전 호텔을 나서던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사진 등은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정확히 말해 '서양여성 인물 탐구'라고 저자 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없는 길을 만들어 간 여성들 중에 한국 혹은 동양 여성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나 이것은 또 하나의 방대한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21세기에 여성부를 갖고 있는 한국여성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얻기 위해 생을 내걸었던 서양 여성들의 삶은 공감과 격려를 준다. 기형적 근대화를 거치면서 소외된 오늘날 한국 여성들의 삶 역시 자유와 평등을 좀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양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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