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눈물

김정란

오래 사랑의 길 위에서 단단히 울면

눈물도 금강석이 된다고

옛날에 엄마가 말씀하셨지요

난 그 말을 믿어요

길은 여전히 걷기 힘들어요

세상의 상징 기계들은

여전히 적의에 가득찬 말들만

사납게 왕왕 내뱉고

당신의 살은 여리디 여려요

당신의 작은 어깨 위에 우리의 갈라터진

그러나 기다림 안에서 알뜰히 건진 확신의

말 몇 조각 실어

먼 길 보내요

금은보화 가득 실어 큰 가마 태워 보내면 좋으련만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고 터질듯한 열망 안에서

안으로는 폭발하고 밖으로는 갇혀 있어요

그러나 길 떠나는 당신에게

단단하게 사랑한 눈물을 드려요

기다림의 시간이 실현의 시간보다 아직은 더 길어도

그 빈 실현의 공간이 어느 날

우리의 넓디 넓은 금강석 창고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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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진 여성부 장관과 김선욱 법제처장이 취임 축하모임에서 여성계 인사들과 함께 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선욱 법제처장,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장하진 여성부 장관, 은방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서명선 한국여성개발원 원장, 김효선 여성신문사 사장(왼쪽부터). <이기태 기자 leephoto@>

“여성부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넘어 모든 정책의 핵심이 되는 부서로 도약하겠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26일 오후 한국여성개발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장하진 여성부 장관과 김선욱 법제처장의 취임 축하모임'에서 여성계 인사들을 앞에 두고 이 같은 포부를 전했다. 장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여성 국무위원 2명은 너무 작아 서운했는데, 김선욱 법제처장이 첫 국무회의에서 새로 개정된 법을 낭랑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것을 보고 국무회의의 문화를 바꾸겠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장하진 장관은 또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지금까지는 여성부가 못 하는 부분이 있어도 칭찬하고 감싸줬지만 이제는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며 “(여성계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선욱 법제처장은 “성인지 관점이 국가 정책과 법 시스템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6대 법제처장인 김선욱 법제처장은 헌정 사상 첫 여성 법제처장이기도 하다.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참여정부 출범 때 대통령이 첫 국무위원들에게 적어도 2년 반은 함께 일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장관을 조기 퇴임시켜 여성계가 섭섭해 했다”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장관 4명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여성의 고위 관직 능력을 입증한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법제처가 국가의 모든 법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만큼 성인지성을 모든 법에 가미할 수 있는 자리에 여성이 임명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장하진 장관은 취임 직후 유림을 방문했던 용기로 타 부처와 잘 협력해 나가리라 보고, 김선욱 법제처장은 눈길 가는 곳마다 성인지성을 투입하겠다고 한 점이 믿음직스럽다”고 격려했다.

이현주 양천구 의원, 유경희 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이인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의 두 장관에게 '우리의 바람'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자치단체의 여성정책을 평가할 때 여성이 위원회에 얼마나 포함되는가를 보기 보다 내용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유경희 대표는 “여성주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 성평등한 가족 정책을 집행해 달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김선욱 법제처장에게 “15년 동안 폭력에 관한 다양한 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실에선 한계가 있었다”며 “여성인권에 관한 통합적 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와 여성신문사가 주관, 한국여성개발원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이경숙, 홍미영, 조배숙, 장향숙(이상 열린우리당), 손봉숙, 이승희(민주당) 등 국회의원들과 노혜경 청와대 국정홍보 비서관, 정영애 청와대 균형인사 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 이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 박옥희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대표, 이금형 총경 등 여성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행사에선 김정란 시인이 여성들의 염원을 담은 축시 '단단한 눈물'을 보내와 민혜선 여성신문 1만 여성리더 프로젝트 부장이 낭독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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