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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키타엔코가 이끌어온 KBS교향악단.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90%는 지난해에 이어 아직도 지휘자 선정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휘자의 음악적인 색깔이 오케스트라에 묻어나기 위해서는 이들을 조련하는 '상임지휘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을 이끄는 책임 지휘자 없이 '객원' 지휘로 생명력을 유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선호하는 오케스트라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부천 필하모닉과 KBS 교향악단을 얘기할 것이다. 부천 필하모닉은 최근 5년 동안 작곡가 말러의 세계를 조명한 콘서트로 국내에 '말러 애호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역할을 해왔다. 이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임헌정씨는 한국 음악계의 대표적인 지휘자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부천 필하모닉은 특히 현악 파트의 치밀한 구성력이 듣기 좋다. 언제 들어도 가슴 시원하고 명쾌한 연주는 이 젊은 오케스트라의 대단한 장기이자 특별한 캐릭터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KBS 교향악단은 매달 KBS홀과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정기 공연을 선보이고 그때마다 쟁쟁한 협연자, 준비된 연주력으로 고정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KBS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지난 99년 부임해 멋진 음악을 들려준 드미트리 키타엔코는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쳤다. 세계 정상급 지휘자 키타엔코의 카리스마는 이 오케스트라의 실력 향상에 큰 공헌을 했다. 오케스트라의 색깔은 단원들보다는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지는데 키타엔코가 조련해서 이만큼 키워낸 오케스트라는 임기 만료와 함께 새로운 지휘자를 찾고 있다. 기우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상황은 히딩크 빠진 한국 축구 대표팀의 미래처럼 우려할 수밖에 없다.(당분간 KBS 교향악단의 공연은 국내 지휘자의 객원 지휘로 이뤄진다)

5월 말에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개·보수 공사가 끝나면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교향악 축제'가 2주에 걸쳐 개최된다. 부천 필하모닉이나 수원시립교향악단 등 몇몇을 제외하면 지휘자의 색깔이 안정적으로 묻어 나오는 오케스트라는 많지 않다.

꾸준히 성장했으면 하는 '교향악 축제'가 가짓수 많은 잔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개인은 훌륭하지만 단체는 약하다는 통념을 깨뜨릴 수 있는 지휘자들이 조화롭고 앙상블이 빼어난 음악을 많이 들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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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월간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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